전주시 경관조성 치중하다 비판 부딪히자 살며시 철회 / 대안으로 예술인 공간 마련…일부 "현실성 없다" 비판도
전주시의 동문예술거리 추진사업이 혼선을 빚으며 실효성 논란을 낳고 있다.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억대의 예산을 들여 추진했던 ‘예술의 거리’조성 사업을 소리소문 없이 철회하고, 그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창작공간 조성도 예술인들의 폭넓은 공감을 사지 못하면서다.
전주동문예술거리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애초 지난해 말까지 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예술길-동문날다2’를 조성하기로 했다. ‘예술길’은 경기전길의 옛 갑기원 사거리부터 동문사거리를 지나 충경로와 만나는 농협까지 250m에 이르는 길. 추진단은 이 길에 있는 건물 8개에 각각 1개의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경관조성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에 부딪히면서 예술인 공모조차 못한 채 사업진행이 지지부진했다. 여기에 이 지역의 지가가 상승해 머물던 예술가들도 떠났고, 조형물이 설치되는 공간을 제공하는 건물주들과의 합의도 원만치 않았다. 결국 이 사업은 철회됐다.
추진단은 해당사업을 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었지만, 철회할 때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추진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추진단 인력 3명만으로 많은 업무를 급하게 처리하다보니 이런 부분에 대한 해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관련사실을 인정했다.
추진단은 대안으로 지난달부터 완산구 ‘동문길 60’ 건물 1~2층을 임대,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신진예술가와 지역예술인 등의 예술인 거점 공간 조성을 통해,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예술인 중심의 특색 거리 조성에 기여하려는 취지다. 동문길 60번지 입구에 조형물 설치틀을 마련하고, 입구 앞에는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버스킹공간을 만들었다. 1층은 예술인이 제작한 작품을 팔 수 있는 프리마켓 공간이 있고, 2층에는 예술인 3인 정도가 활동할 수 있는 창작공간이 마련됐다. 사업비는 1억 7500만원이다.
추진단은 이달중 공모를 통해 프리마켓(5~10팀)·창작공간(3팀)에서 활동할 대상을 선정하고, 창작공간에 입주할 예술가가 주민을 대상으로 재능기부를 하는 예술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추진단 관계자는 “전주 동문예술거리협의회 등 인근 예술인들과 의견을 나눴을 때,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마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기획전시 및 커뮤니티 연계프로그램 등을 활성화해 많은 시민들이 찾는 장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진단의 의견과 달리 지역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폭넓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전주 동문예술거리협의회 관계자는 “전주시가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에 대해 ‘나쁠 건 없다’는게 중론이다”면서도 “우리 협의회 내에서도 작가들 사이에 의견차가 보인다.”고 말했다.
전북도의 한 미술계 관계자는 해당사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예술가들이 자본에 밀려서 동문사거리를 떠난 상황에서, 다시 관심을 갖고 돌아와 창작활동에 나설지 다소 의문이 든다”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세 칸의 공간만 마련해놓고 예술가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 자체가 전시행정이다”며 “동문사거리가 현실적으로 예술가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곳인지 고려해봐야 한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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