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 추정 / 피부·전신질환 동반도 / 완치법 없이 억제 수준 / 스테로이드 투여 등 처치
원형탈모증은 경계가 분명한 원형의 탈모반, 속칭 ‘땜통’을 만드는 흔한 탈모증이다. 전 인구의 약 2% 정도가 일생 동안 한 번은 경험하게 된다. 남녀, 모든 연령에서 생길 수 있지만 절반 이상의 환자가 20대 이전에 탈모가 처음 발생한다. 탈모는 주로 두피에 생기지만 눈썹, 속눈썹, 수염, 음모 등 털이 있는 부위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다.
원형탈모증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에 대해 전북대병원 피부과 박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원인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T림프구’에 의해 매개되는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로 추정된다. 면역체계의 교란으로 몸 안의 털들이 갑자기 외부의 물질로 인식되어 염증세포로부터 공격 당해 털이 끊어지고 빠지게 된다. 그 외 유전적 소인, 정신적 요인, 특정 약물 등도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스트레스의 역할에 대해서는 과장된 측면이 있는데 일부 환자에서 보조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증상 및 진단
탈모의 형태와 진행 양상은 환자마다 매우 다양하다. 한 개 내지 여러 개의 경계가 분명한 원형 탈모반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지만, 탈모반이 커지거나 합쳐서 불규칙한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두피의 경계를 따라 긴 뱀 모양으로 빠지기도 한다. 가끔 탈모가 있는 피부가 붉어지거나 가려움, 통증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대개는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머리카락 전체가 다 빠지거나 눈썹, 수염, 겨드랑이 털, 음모 등 온 몸의 털이 다 빠지는 전신탈모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미용적인 범위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큰 고통을 받게 된다.
대개 건강과는 무관하지만 간혹 탈모 이외에 다른 피부이상이나 전신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손발톱 이상이 흔히 발견되며, 갑상선질환, 백반증, 홍반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정상인에 비해 더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환자의 병력과 특징적인 탈모반의 형태를 통해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증상이 애매하거나 치료해도 잘 낫지 않는다면 감별진단 및 동반질환의 확인을 위해 두피조직검사,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경과 및 예후
원형탈모증은 그 경과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한두 개의 탈모반은 치료를 하지 않아도 회복되는 경우가 있으며 머리털 전체가 빠졌다가도 말끔히 치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수년 이상 재발을 반복하며 만성적인 경과를 보인다.
△치료
다양한 치료방법이 시행되지만 아직까지는 완치가 아닌 탈모현상을 억제하여 그 진행을 멈추게 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치료방법을 선택할 때는 환자의 연령이나 기저질환, 탈모의 정도나 기간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보통 탈모반의 수가 적으면 스테로이드를 바르거나 병터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되며, 탈모가 심한 경우에는 DPCP를 이용한 면역치료나 스테로이드나 면역 억제제를 전신 투여하게 된다.
그 외의 방법으로는 냉동치료, 광선치료 등이 있으며, 이런저런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는 환자에서는 가발 착용이나 문신이 치료의 한 방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전북대병원 박진 교수가 말하는 '모발의 중요성'
- 털 없으면 외부자극에 피부질환 위험
전북대병원 피부과 박진 교수는 “머리털의 대부분을 포함한 온 몸의 털이 빠지는 중증원형탈모증 환자에서 털의 부재는 단순히 미용적인 문제를 넘어서는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면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머리털을 단지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 정도로 오해하고 있으나 사람의 털은 추위, 강한 햇빛, 비바람, 먼지, 세균 등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온 몸의 털이 빠지게 되면 외부의 유해한 자극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해 여러 가지 피부질환을 앓게 된다”면서 “털이 없으면 마치 파충류나 양서류를 연상시키는 외형 변화로 인해 사회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 때문에 환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탈모가 생겨 타인의 시선을 피하려고 모자를 푹 눌러쓰거나, 착용한 가발이 탄로날까 두려워 평생을 죄지은 사람처럼 살아야 하는 중증 탈모환자들이 겪는 상실감과 고통은 상상 초월의 것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실제로 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회사에서 실직당한 환자들의 하소연을 듣다 보면 그들이 짊어진 고통의 무게와 더불어 의사로서 치료해 주지 못한 죄에 대한 무한책임을 절감하게 된다”면서 “한 올의 머리털이 한 방울의 피보다 소중한 원형탈모증 환자들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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