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관 '문화바람' 대표 마당 수요포럼 강연 / "구성원 주인의식 갖고 예산 등 결정권 주도"
지난 15일 오후 전주한옥마을 내 ‘공간 봄’ 제150회 수요포럼자리.
이 날 포럼의 강연자로 초청받은 ‘문화바람’ 대표 임승관 씨(46)가 강의 도중 한 장의 PPT 사진을 선보였다. 지난 2007년 인천시민문화센터 신입교실에서 한 조가 발표했던 ‘십년 후 문화바람의 모습’이라는 주제의 그림이다(당시 임 씨는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였다).
그림 속에는 4층 건물이 그려져 있었다. 1층은 휴게시설을 겸한 주점, 2층은 사무실과 편의시설, 3·4층은 동아리 연습실, 옥상에는 파라솔이 있었다. 임 대표는 이에 대해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그림이었다”고 하면서도 “ ‘우리는 회원이 1000명 정도 되는 데 돈 모으면 가능하지 않겠어’ 라는 집단착각이 생겼다” 고 말했다.
2011년 9월, 그림 속 상상의 건물이 번듯한 4층 건물의 공공문화공간으로 마련됐다. 인천문화재단의 일부 후원금과, 시민에게 저금통을 분양해 모금운동을 펼친 덕분이다.
인천서 시민이 주도하는 문화운동 ‘문화바람’을 이끌고 있는 임 대표는 ‘소통이 일궈낸 생활문화예술’에 대한 강연을 하면서, ‘참여자의 욕구와 가치관의 반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이 적극적인 문화수용자가 되야, 적극적인 문화예술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가 주도한 문화바람의 회원들은 통키타, 사진, 합창, 밴드 등 각자 관심 있고 배우고 싶은 영역의 동아리를 스스로 만들었다. 특별히 전문 강사가 지도하는 동아리도 있지만 대게는 좀 더 잘하는 회원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동아리가 대부분이다. 임 대표는 “생활예술 분야에서는 예술의 숙련도보다 각자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춘다” 며 “전문 예술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재미보다 기능적인 부분이 강화돼 흥미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생활문화예술 활동이 꽃피우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공간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임대표가 말하는 주인의식은 예산집행권한과 사업기획 등의 결정권이다. 매년 5월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끼가번쩍 시민축제’도 전문가의 개입 없이 문화바람 회원들이 직접 주도한다. 기획과 연출부터 행사 후 뒤풀이까지 전반적으로 해나간다. 임 대표는 “구성원이 공간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려면 우선 그 공간에 대한 주인의식이 생길 수 있는 권력이 주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회원들이 생활예술 동아리 활동을 통해 경험한 민주적 절차는, 지역에 도움이 되는 지역의제로까지 확장된다고 했다. 일례로, 문화바람 회원들은 지난 2013년 5월 지역주민들과 함께 수년 동안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골치를 앓던 곳을 나무와 꽃을 심은 화단으로 바꾸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2012년부터 생활문화예술인과 지역주민, 상인들이 문화바람 축제에 동참해 문화적으로 교감을 나눈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바람’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가 월 1000만원을 넘지만, 건물 월세와 전기세, 행사비 등을 지급하면 남는 자금이 없다.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기관에 지원을 요청해보지만 인천문화재단 지원금도 줄고 여의치 않다. 심지어 운영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상근근무자들이 급여의 일부를 포기하며 버티고 있다.
임 대표는 “시민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문화공유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온 사례는 문화바람이 유일하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예술분야는 공공제의 투입없이는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행정기관의 관심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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