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났다. 304명 망자들의 원혼이 구천을 헤매고 있다. 그간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고 그 시행령이 국무회의까지 통과됐지만 유가족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희생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계획이나 세월호 인양계획 등도 마련되긴 했지만 역시 실행되기까진 숱한 난관이 가로 놓인듯이 보인다. 그러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나 시민사회단체 등이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공감과 배려로 상처를 어루만지려는 노력을 보여준 점은 우리사회의 성숙도를 한단계 높인 긍정의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9월부터 전주시내를 비롯 군산 정읍 남원지역에 수천개의 세월호 추모 현수막이 걸렸다. 리본까지 합치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다.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시민들의 외침이 하늘을 찔렀다. 주요 시가지가 노란색으로 물들여질 정도였다. 그 날의 슬픔을 달래려면 이 정도 갖고서도 부족하다. 무엇으로 표현한들 유족들의 슬픔을 달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볼 시간이 되었다.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이 정도면 충분하게 전달된 것으로 보여진다.
주로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회원 중심으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호소가 담겨 있는데 이미 게시자들의 주장을 이해 못할 시민들은 없다. 의지를 메시지로 전달했으면 결과는 시민들의 감정 인지능력에 맡겨 두면 된다. 이제는 한차원 높은 시민정신을 실천할 때가 왔다. 외지 관광객이 많이 찾아 전주가 전통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 때에 우리 스스로가 현수막을 철거하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아픔을 승화시켜 다시는 이런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게 하기 위한 계기를 만들어야겠다. 굳이 불법게시물이기 때문에 철거해야 한다는 얘기는 묻어두고 싶다.
이제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한 나라가 만들어졌는가를 살펴야 한다. 그래야 귀중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넋이 헛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안전한 나라 만들기는 구호로만 얻어지는 게 아니다. 법과 제도를 잘 정비해야 만들 수 있다. 사건만 터지면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책을 내놓지만 그건 면피성 밖에 안된다. 원칙과 근본이 바로서는 나라를 만들지 못한 탓이 크다.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이제는 거리에 나부끼는 현수막을 말끔하게 정리해서 그 날의 아픔을 사회적 성숙으로 한단계 승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이대로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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