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형무소 민간인 학살사건’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방치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 학살사건은 6·25 전쟁 직후 전주를 점령했던 인민군이 1950년 9월 26일~27일 사이 퇴각하며 전주형무소(구 전주 교화소)에 수감돼 있던 500여 명(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추정)의 애국인사를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300여 명의 시신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나머지 175구의 시신은 수습되지 못했고 전주 효자공원묘지에 합동 안장됐다.
이 때 숨진 애국인사는 대한민국 건국 초기 지도자급 인사인 손주탁 반민특위위원장과 오기열 류준상 최윤호(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의 외조부) 제헌 국회의원, 이철승 건국학련위원장(전 국회 부의장)의 부친인 이석규 씨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학살사건은 2008년 유족의 청원에 따라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한 차례 조사가 이뤄진 바 있지만 그 이후엔 더 이상 진상조사가 진행되지 못한 채 중단된 상태다. 제주도 4·3사건은 국가가 나서서 과거사를 규명하는 등 관심이 많지만 전주형무소 학살사건은 과거사 규명을 위한 국가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6·25 민간인희생조사연구회(대표 이인철 전북체육발전연구원 원장)가 그제 개최한 포럼에서도 중단된 과거사 규명을 촉구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성덕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6·25 전주형무소 민간인 희생 규명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기존 자료의 체계적인 수집 및 분석을 통해 다시 한 번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25 민간인 희생자 관련 구술 기록화 사업 △학살 현장 발굴 조사 및 미연고자 유전자 분석 △조사·연구단체 조직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역사 속에 묻혀 풀리지 않은 애국지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역사 교육의 장으로 거듭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한 이인철 대표의 말도 의미심장하다.
진상조사는 6·25 당시 전주형무소 민간인 희생 사건의 기록 찾기와 유해 발굴 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 뒤 민간인 학살사건을 널리 알리고 억울하게 희생된 수감자들의 넋을 기리는 등의 추모사업을 벌이는 게 마땅하다.
전주시는 진상조사에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가가 이 학살사건을 다뤄 역사적으로 조명받을 수 있도록 정치권도 노력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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