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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피싱' 들어보셨나요"

송금해준다 속여 기사에게서 현금 가로채 / 익산경찰, 20대 검거·추가 범행여부 조사 / 전주 등서 24건 발생·피해 2000만원 넘어

익산에서 새벽녘 택시를 잡아탄 김모 씨(26)는 전주의 한 산부인과로 가달라고 했다. 김씨는 택시에 오르자마자 “집사람이 애를 낳고 있다”며 속도를 높여달라고 재촉했다.

 

전주에 다다르자 김씨는 “지갑을 놓고 왔다”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한참 전화를 하던 김씨는 누군가에게 “편의점의 현금인출기 부근에 와있다. 빨리 200만원을 송금해 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김씨는 편의점 앞의 현금 인출기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택시기사 A씨(62)에게 “금방 200만원이 송금된다. 일단 가지신 돈이 있으면 165만원만 주고 나머지는 택시비와 기사님 수고비로 드리겠다”는 다급한 제안을 했다.

 

김씨는 택시기사에게 “요즘 보이스 피싱 때문에 송금해도 30분간 돈을 못 찾는다. 급하다. 애가 나온다”는 다급함을 강조하며 설득하기 시작했고, 택시기사는 김씨의 꼬임에 넘어가 가지고 있던 통장을 현금인출기에 집어넣었다.

 

김씨는 연락처 등을 남기고 떠났지만 택시기사는 그날 현금 인출기 앞에서 통장을 넣었다 뺐다를 몇 시간동안 반복했다.

 

김씨에게 입금이 되지 않는다며 항의하자 곧바로 300만원이 입금되었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김씨는 택시기사에게 “200만원을 입금해야 되는데 300만원이 입금되었다”며 “100만원을 다시 보내달라”고 했다.

 

문자메시지를 받은 터라 의심없이 100만원까지 보낸 A씨는 며칠이 지나서야 통장을 확인하고 사기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택시기사의 신고를 받고 수사를 시작한 익산경찰은 김씨와 같은 유사 피해가 여러 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전국 택시조합에 서한문을 보내 추가 피해자를 파악한 결과 수십 건에 달했고, 문자메시지까지 보내는 등의 치밀하게 전개된 수법도 A씨가 당했던 것과 비슷했다.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시작한 익산경찰은 익산과 전주, 김제, 대전, 홍성과 서천 등지에서 비슷한 피해사실을 확인하고, 용의자 김씨를 특정해 검거했다.

 

야밤 택시기사를 상대로 벌인 이른바 ‘택시 피싱’은 경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것만 24건, 피해액은 2000만원을 넘는다.

 

익산경찰은 부안에서 또 다른 범행을 준비하고 있는 김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추가 범행을 조사 중이다.

 

익산경찰서 김득래 수사과장은 “야밤에 나이가 지긋하신 택시기사만을 골라 범행을 시도했다”며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수십 건에 달할 정도였으니까 실패한 범행까지 치면 100건은 넘을 것 같다”며 택시기사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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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 kjm5133@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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