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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의회, 혈세 날로 먹지마라

▲ 엄철호 익산본부장

“제7대 의회가 개원한지 1년이 되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이번 정례회를 통해 시정의 올바른 방향과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등 더욱 생산적인 의회가 되겠다”

 

익산시의회 조규대 의장이 지난 6일 제186회 정례회 개회를 맞아 읽어내린 개회사 일부분이다. 조의장은 이날 전체 25명의 시의원을 대표한 개회사를 통해 시민들이 부여해 준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달려왔고,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앞으로 더욱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폐회된 이번 정례회를 보면 시의회가 대 시민을 향해 부르짖었던 다짐이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멘트에 지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한다. 시의회는 지난 23일 예정돼 있던 시정질문을 돌연 취소했다.

 

이미 행정사무감사 기간 동안 지적을 받았던 내용이고, 시장이 토론이나 대화에 대한 의지가 없기에 시정질문 의미가 없어 철회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지나가던 소도 웃을 너무나 뻔뻔하고 옹색한 변명이다. 의정활동의 꽃이라고 말할수 있는 시정질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스스로 취소해 버렸다니 이게 무슨 황당한 얘기란 말인가.

 

시정질문이 뭔가. 시정의 궁금한 부분을 깊게 파고 들어 조목조목 따져 묻고, 나아가 시정에 관한 여러 제안에 대해 집행부의 의지나 정책 방향을 물어보는 것이 바로 시정질문의 기본 취지가 아니던가. 특히나 시정질문은 시장을 의정 단상에 세워 주요 현안을 짚어본다는 점에서 오직 시의원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이 아닌가.

 

그런데 시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그런 의무와 권리를 자기들이 자발적으로 내팽개치고 말았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좋은게 좋다’고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하려고 해도 그저 울화통만 치밀어 오른다. 다양한 욕구와 변화하는 시민의식에 맞춰 구석구석 찾는 맞춤형 의정활동을 더욱 펼쳐나가겠다고 했던 엊그제 약속을 이처럼 헌 고무신 버리듯 내팽개치고 나 몰라라 하는것이 우리 정치에서의 다반사라지만 이것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

 

도대체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고, 존재의 이유를 부정한 그 진짜 이유가 뭔가.

 

혹시 시정질문 자체를 무척이나 껄끄러워하는 집행부의 로비가 먹혀들어 시쳇말로 엿 바꿔먹었는지, 아니면 연구·검토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행정사무감사 때 보다 더 날카로워야 하는 시정질문에 나설 자신감이 도저히 없어 스스로 바짝 엎드렸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또한 시정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꼼꼼하게 챙겨보고, 잘못된 시정운영을 지적하며 날카로운 대안 제시를 바랬던 시민들의 기대가 너무 부담스러워 스스로 꼬랑지를 내렸는지 등 정말 진짜 이유를 되묻고 싶다.

 

이것저것도 아니고 앞서 얘기한 해명처럼 시정질문에 대한 필요성을 도통 느낄수가 없어 그냥 포기할 작정이었다면 뭐하러 그리 많은 자료제출을 요구해 애꿎은 공무원들만 생고생을 시켰다는 말인가.

 

제대로 일도 하지 않고 매월 꼬박꼬박 나오는 의정비를 그냥 받아 챙기기가 너무 낯뜨거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기 위한 ‘척’의 꼼수가 정녕 아니었다면 이번 초유의 시정질문포기 사태에 대해 누군가는 분명 책임을 지고 대시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의무와 책임은 다하지 못하면서 권위 내세우기와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는 일부 한심스러운 시의원, 제발 시민혈세(의정비)를 날로 먹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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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철호 eomc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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