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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 슬로시티 재지정의 조건

한국슬로시티본부가 11월에 전주 한옥마을에 대한 국제슬로시티 재지정 심사를 진행한다. 2010년 첫 지정 후 5년만에 자격 심사를 받는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은 지난 5년 사이 엄청난 변화상을 보였다. 5년 전 전주 풍남동 일대의 한옥마을은 그야말로 작고 조용한 한옥촌에 불과했다. 전주시가 한옥을 신축하거나 개보수하는 주민에 대해 시비를 지원하는 등 한옥화 사업을 한창 벌이던 때였고, 그에 발 맞춰 국제슬로시티 지정도 이뤄졌다. 한류 열풍과 잘 맞아 떨어졌고,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전주시의 한옥마을 정책은 크게 성공했다. 이를 발판 삼아 전주시는 한옥마을 주변으로 전통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 확대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한옥마을에서 풍남문과 남부시장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켰고, 조만간 착공되는 전라감영이 복원되면 전주의 전통 거리는 훨씬 넓고, 가치 또한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전주시의 지원과 투자 아래 한옥마을이 연간 500만 명도 넘는 관광객이 몰리는 인기 관광 명소로 부상한 ‘밝음’의 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도 큰 것이 사실이다.

 

국제슬로시티의 철학은 자연과 전통, 공동체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그들이 로고로 사용하는 달팽이에 이 정신이 담겨 있다. 달팽이 등에 업힌 공동체는 자연과 전통을 지키며 숨쉬는 차원 높은 공간이다. 느림 속에서 여유 있는 삶을 지향한다.

 

전주 한옥마을은 지난 5년간 글로벌 관광 명소로 띄우겠다는 전주시의 개발 지향 정책 아래 슬로시티 정신에 반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전주시의 ‘패스트’정책이 ‘슬로시티’를 무색케 만들었다. 전주 한옥마을은 전국은 물론 세계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관광명소가 됐지만 패스트시티가 되고 말았다.

 

그 대표적 시비가 얼마 전에 있었던 한옥마을 인기 길거리 음식 꼬치구이 퇴출 시도다. 전주시가 결국 없던 일로 했지만, 관광객 유치에 눈멀어 한옥마을 고유 정체성을 망각했던 자신의 실정을 자인한 셈이다.

 

우리는 전주한옥마을의 슬로시티 재지정을 희망한다. 하지만 중심 한옥지구를 그동안처럼 상업시설 천지로 만드는 전주시의 빗나간 정책 속에서의 슬로시티 재지정은 반대한다. 슬로시티 유지 정책은 뒷전에 두고 재지정 받겠다고 나서는 것은 염치가 없다. 전주시는 이제부터라도 한옥마을 상업화를 끝내고, 자연과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진정한 슬로시티 공간으로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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