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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을 벗지 않는 뱀은 죽는다

미·일·중 패권주의 틈에 언제 새우등 터질지 몰라…변화의 때에 잘 적응해야

▲ 서경석 청어람 출판사 대표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예외일 수 없다. 멈추는 순간 정체되거나 쇠락하게 되므로 변화의 때를 알아 잘 변화해야 존속할 수 있다. 유사 이래 왕조는 물론이고 기업과 개인도 쇠망의 길을 갔던 건 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변화의 과정을 변증법을 통해 설명한다. 하나의 논제(정)가 성숙하면 반대의 논제(반)가 나타나 대립하는데, 이 둘의 갈등을 통해 새로운 논제(합)로 이행해 간다는 것이다.

 

이른바 정(正) 반(反) 합(合)의 이론이다. 하나의 관념이나 사상이 형성되어 성장하는 단계가 정이고, 점차 성숙해지면서 모순을 드러내는 단계가 반이며, 정과 반이 서로 갈등을 빚으면서 새로운 단계로 이행되는 것을 합이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이론을 동양철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역에서 언급하고 있는 궁(窮) 변(變) 통(通) 구(久)! 궁하면 변하고(窮則變), 변하면 통하고(變則通), 통하면 오래간다(通則久)는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궁(窮)은 궁극(窮極)을 의미하며, 어떠한 형태로든 최고점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 세상 만물은 궁극에 달하면 반드시 변화를 맞게 된다. 정상에 오르면 내려와야 하는 게 세상 이치 아니던가.

 

때문에 변화할 때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면 통(通)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久)는 얘기다. 그러한 이치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국가나 기업은 살아남지만, 변화의 때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자만에 빠져 외면해 버리는 경우엔 불행한 역사를 남기게 된다. 미국의 GM과 일본의 소니, 핀란드의 노키아 등도 변화의 흐름을 놓쳐 옛날의 영광을 잃었다.

 

최근 롯데의 사태도 기실 변화를 거부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신격호 총회장이 변화의 때를 알고 현명하게 대처했다면, 그리하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업 공개와 후계가 정해졌다면 그런 추태는 연출되지는 않았을 터이다.

 

나아가 남·북한이 극한대립을 하게 된 가장 핵심적인 이유도 따지고 보면 북한의 김정은과 그 참모들이 변화의 때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데 있다. 세계는 하이터치 시대를 질주해 가고 있는데, 북한의 김정은은 아직도 왕조나 다름없는 체제 유지에 급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폭압정치를 자행하고 있다. 세상에 끝나지 않는 무대가 없는 법이거늘, 변화를 거부한 채 철저하게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그들의 종말은 이미 정해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대한민국 역시 안도할 입장은 아니다. 압축 성장을 통해 세계 12위권의 경제성장을 이뤘다지만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이 벌이는 패권주의 틈바구니에서 언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북한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대결 국면에 있음에랴.

 

대한민국은 갖고 있는 자원과 여건을 고려하면 이미 성장의 최고점을 찍었다 할 수 있다. 뱀도 허물을 벗어야 새 생명을 이어가듯, 우리는 변화의 때에 잘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대통령부터 시작해 온 국민이 뼈를 깎는 자성과 각성이 필요한 시기다.

 

인성을 회복하는 국민 자정운동이라도 일어나야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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