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용머리육교 철거를 놓고 주민들의 찬반이 엇갈리면서 철거사업이 6년째 표류하는 것은 지나친 눈치보기 행정이다. 주민 민원이 있을 때마다 의견을 묻고, 그 의견에 따르겠다는 행정이라면 삼척동자도 할 수 있다.
용머리육교 일대 일부 주민들이 육교를 철거해 달라고 전주시에 민원을 낸 것은 2009년이다. 지난해까지 전주시가 실시한 육교 철거 찬반 주민 설문조사는 세 번이었다. 평균 60% 정도의 찬성 응답이 나왔지만 일부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전주시는 육교 철거를 미루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용머리육교 철거 민원이 제기되자 전주시는 주민 여론 수렴 카드를 꺼내들었다. 반대측 주민이 설문 문항을 놓고 이의를 제기하자 이를 수정, 1일부터 11일까지 설문 조사를 다시 진행하는 등 전주시는 육교 철거 문제를 놓고 좌고우면, 결정을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용머리육교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지만, 그동안 경과를 놓고 보면 믿기 힘들어 보인다.
육교는 자동차 산업의 산물이다. 자동차가 급증하면서 주요 간선도로가 왕복 6차선, 8차선 10차선으로 확장 개설됐고, 도로 횡단 불편과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면서 육교와 지하차도 건설이 늘었다. 전주 용머리육교도 20년 전인 1995년 2억 5,00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돼 건설됐다.
육교는 차도를 직접 걸어 건너는 횡단보도와 달리 가설 도로이기 때문에 자동차 사고로부터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문제는 노약자와 어린이, 장애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들의 편리한 보행을 크게 저해하는 ‘교통 장애물’로도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또 도시 미관을 해치고, 기존 인도 폭을 침범, 멀쩡한 보행자 통행도 방해한다. 이용자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전주 중앙시장 육교가 이미 철거됐고, 타지역에서도 육교 철거작업이 확산되고 있다. 울산시의 경우 2008년부터 거의 매년 철거하고 있다. 육교를 철거한 지역에는 신호등을 갖춘 횡단보도를 설치해 교통약자 등 보행자가 안심하고 통행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동작구도 최근 35년간 노량진역과 학원가를 연결해 온 육교를 오는 17일 철거한다.
행정 당국은 주민 민원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신중한 접근이 곧 무소신 행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 찬반 논란에 행정이 갈대처럼 중심을 잡지 않는 게 문제다. 주민 갈등만 커질 뿐이다. 전주시는 소신있게 빨리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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