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당선된 후 벌써 100일이 넘었습니다. 당선때의 감회가 지금도 생생하시죠.
“유엔 국제기구 수장은 관례상 대륙별 안배라는 보이지 않는 원칙이 존재하는데다 현직 사무총장이 아시아권 인사인데 차기 사무총장직에 또다시 우리나라 후보가 출마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습니다. 더욱이 같은 아시아권에 두 명의 후보가 입후보해 지역내 표가 분산되고, 특히 그중 5개국이 ASEAN 국가로서 상호 협력체계가 강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아시아권 지역내에서의 득표활동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3개월이 안되는 기간 동안에 30여개 이사국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쳤습니다. 득표의 분수령이었던 남미권 이사국에 대해서는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께서 남미 순방 때 정상회담을 통해 지지를 요청함으로써 판세가 결정적으로 뒤바뀌는 계기가 됐습니다. 해수부와 외교부의 전면적인 협업체계가 가동되고, 이사국 정부, 주한 공관 등을 상대로 다각적·입체적 지지 교섭활동을 수행하면서 저에 대한 지지기반이 확대됐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1월 정식으로 취임하시는데 앞서 준비절차는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11월에 개최될 제29차 IMO 총회에서 사무총장 임명 승인을 받은 후, 11월26일 취임식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공식업무를 시작하게 됩니다.취임에 앞서 반기문 사무총장을 예방해서 UN의 비전을 공유하고 온실가스 감축 등 국제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기구 간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다른 UN 기구의 조직체계 및 운영시스템 등에 대한 업무협의를 위해 국제민간항공이구(ICAO) 사무국 등도 방문하게 됩니다.”
-내년 1월 취임 후 어떤 부분에 역점을 두실 생각이십니까.
“IMO와 회원국이 항상 고민하는 문제는 어떻게 하면 범세계적인 협약 이행수준을 높일 것인가 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규정 개발에 집중하기 보다는 현 규정이 전세계 어느 곳에서든 철저히 이행되도록 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협약이행역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도국을 대상으로 기술협력사업을 강화하여 협약이행을 위한 행정적, 기술적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하고, 최근 선박사고의 90% 이상이 하드웨어 결함이 아닌 인적과실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인적과실 예방을 위한 교육·훈련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IMO가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사무국 조직의 구성, 운영형태 등을 분석하여 업무효율성을 극대화 할 계획입니다.”
-전라북도에 국한 할때, 해양산업 발전에 대한 방향은 어떻게 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전북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입주와 새만금 개발의 계기로 해양산업 발전의 기틀이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북지역은 해양산업 발전전략으로서 추진되는 저탄소·친환경 선박 건조와 융복합 해양플랜트 및 해양레저산업 등 지역특화산업 육성정책을 지속 견지하면서, 한발 더 나아가 업계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IMO와 공유함으로써 세계 표준화를 선도하며, 한국과 세계 해양 산업이 ‘윈윈’ 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양산업은 특정한 경계가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새로운 분야들이 개발되기 때문에, 전북지역의 특성을 고려해서 해양산업을 육성해 나간다면 전북경제가 같이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임기택 사무총장은] 해양대 졸업, 공직생활·한국인 첫 '바다대통령'·깔끔한 일처리 입소문
임기택(59·마산) IMO(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은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를 졸업한뒤,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IMO 설립 세계해사대학(대학원)을 잇따라 졸업했다. 해운항만청 선박사무관으로 임용돼 공직을 시작한 그는 이후 IMO 연락관, 해운정책과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수석조사관, 공보관, 주영국대사관 해양수산관(공사참사관), 해사안전정책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부산항만공사 사장을 지냈다.
지난 6월 30일 제 114차 이사회에서 IMO 제9대 사무총장으로 당선됐으며 현재 취임을 준비중이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그는 어릴 때 매일 바다에서 놀았다고 한다. 집에서 300m만 나가면 바다였기 때문이다.
상선이 오면 배에도 올라가보고 도선사 배도 타보고 했다는 그는 자연스럽게 바다에 정을 붙였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국제무역의 역군으로 성장하는 꿈을 키웠고, 멀게만 느껴졌던 그 꿈이 결국 실현됐다. 그의 부친은 마산에서 제법 큰 비누공장(마산비누)을 운영, 큰 돈을 벌었으나 이후 선거에 나서면서 가계가 어려워졌고 임 당선자가 한국해양대학에 진학한 것도 결국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이었다. 학비가 싸고 병역혜택이 주어지는데다 바다와 관련된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공직에 들어와서 그는 여수 씨프린스호 사건 등이 터졌을때 일주일간 밤잠을 자지않고 깔끔하게 일처리를 할만큼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었다.
전북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1993년 10월 부안 위도에서 서해훼리호 사건이 났을때 위도에 열흘가량 머물면서 워낙 열정적으로 일해 주위의 칭송이 자자했고, 결국 추후 더 큰 일을 하게되는 계기가 됐다.
내년 1월 취임 후 반드시 전북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그는 좀 시간이 지나면 IMO 사무총장 사무실 일부를 한지로 꾸미고 싶은 계획도 있다. 영국에 근무하면서 막연하게나마 사무총장을 꿈꿨다는 그는 “희망을 품고 노력을 하면 성취가 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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