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모니터에 '국정교과서 반대' 인쇄물 붙이고 '침묵시위' / 정의장 "예 갖춰달라" 호소에도 野 인쇄물 제거 안해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취임 이후 3번째로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을 위해 오전 9시41분께 국회 본관에 도착했다.
짙은 회색 정장 차림으로 승용차에서 내린 박 대통령은 곧바로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으며 티타임 장소인 국회의장실로 향했다.
이병기 비서실장, 현기환 정무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이 박 대통령의 뒤를 따랐다.
박 대통령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면서 웃는 표정으로 "제가 늦은 거 아니죠?"라고 묻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의장실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황교안 국무총리 등 5부 요인 및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새누리당 원유철·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비공개로 환담을 나눴다.
박 대통령과 5부 요인, 여야 지도부의 '약식 회동'이 진행되는 동안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시정연설을 듣기 위해 본회의장으로 속속 입장했다.
본회의장 입구에서 '국정화 철회' 등을 적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 중인 정의당 의 원들은 입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 연단에 오르는 것은 약 15분 지연됐다.
야당 의원들이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항의하는 의미로 '국정 교과 서 반대', '민생 우선' 등의 구호가 적힌 인쇄물을 본회의장 의석의 컴퓨터 모니터 뒤에 붙여놓고 침묵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에 정의화 의장은 마이크를 잡고 "야당 의원, 특히 지도부에 부탁한다"며 "우리가 삼권 분립의 나라로서 행정부나 사법부에 예(禮)를 요구하듯이 우리도 행정부나 사법부에 예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인쇄물 제거를 요구했다.
정 의장은 "(연설이) 끝나고 난 뒤에 로텐더 홀에서 (인쇄물을) 갖고 얼마든지 여러분의 뜻을 언론에 표할 수 있다"며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야당의 돌발 행동으로 박 대통령의 연설이 늦어지자 여당 지도부는 김 대표 주위에 모여 대책을 숙의했고,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 의석을 향해 인쇄물 제거를 종용하기도 했다.
정 의장의 거듭된 요청에 야당 지도부도 문 대표 주위에 모여 인쇄물 제거 여부를 논의했으나,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결국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15분께 시정 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들어섰다.
연단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맞이했고, 야당에 서도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기립 박수가 나왔다.
정 의장은 "3년 연속 국회를 직접 방문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박 대통령께 의장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인사를 건넸다.
이어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 4대 개혁, 역사 교과서 등을 주제로 한 시정연설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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