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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금쪽같은 시간?

제2의 메르스 예방 위해 정부가 가이드라인 설정 / 지방 대응능력 강화해야

▲ 심덕섭 행정자치부 창조정부조직실장
작년부터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 중 하나는 아마도 ‘골든타임’일 것이다. 골든타임은 말 그대로 재난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금쪽같은’ 시간을 의미한다. 작년 세월호 사고시에는 배가 침몰하기 전 승객들을 구할 골든타임을 놓쳐 30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재난시 골든타임을 놓치면 엄청난 재앙이 뒤따른다는 뼈아픈 경험이 있음에도 유사한 실책을 반복한 게 올해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이다.

 

중동에서 건너온 한명의 메르스 환자는 40여일 만에 186명의 환자와 36명의 사망자를 남겼다. 메르스 공포로 인해 지난 6~7월의 대한민국은 움직이는 동력 자체를 잃어버려 말 그대로 ‘정지상태’ 였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던 명동거리는 물론, 공공장소는 썰렁해졌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까지도 아이들이 없어 텅 빈 교실은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이 같은 관광객 급감, 소비감소, 일상에서의 위축은 경제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짧은 기간동안 한국경제에 10조원으로 추산되는 손실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 지역 역시 메르스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북의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순창의 한 마을은 105명의 주민 전원이 격리되는 불편을 겪었고, 집중관리되던 주민도 765명까지 이르렀다. 급기야 두명의 환자가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정부의 조직과 기능을 관장하는 우리 부서는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비극이 일어난 여러 원인을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방역기관이 메르스 초기대응에 실패하였다는 점이었다. 1번 환자가 발생했을 때 격리해야할 대상을 밀접접촉자로만 판단해서 재난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 버린 것이다. 이후 메르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또 메르스 환자가 경유했던 병원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다른 국가기관과 공유하는 타이밍을 놓친 것도 문제였다. 이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상당부분 잃어 국민과의 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한-WHO 합동평가단이 지적했던 것과 같이 감염전파에 약한 대형병원 응급실, 다인구조 병원 입원실 등의 의료환경도 큰 원인 중 하나였다.

 

이에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질병관리본부 차관급 격상, 신종감염병의 국내유입 차단, 즉각현장 대응 강화 등 다양한 해법을 포함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수립했고,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일련의 과정을 돌이켜 보니, 메르스나 신종 인플루엔자와 같이 빠른 시간에 확산하는 감염병을 골든타임 내 즉각 대응하고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의 대응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감염병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가이드라인과 의사결정은 중앙부처가 하지만 결국 최전선에서 감염병 증상을 보이는 국민을 진단하고 격리·치료 등 현장조치는 모두 일선의 보건소나 보건환경연구원,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은 감염병 대처 상황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앞으로 제2의 메르스는 또 올 것이다. 내일이라도 당장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이름도 낯선 이 신종감염병들이다.

 

제2의 메르스에 물샐틈없이 대응하기 위해서 지방의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전략을 마련할 시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이것 또한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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