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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보류 정씨 할머니 가족들 사연] 당장 쫓겨나면 막막…군산시, 이주대책 모색

7평 남짓 집에 6명 거주 / 근로 능력 없어 수입 0원 / 기초수급비·연금에 의존

“병든 노모를 모시고 함께 살 수 있어 행복했는데 이렇게 집을 철거하면 우린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요?”

 

3일 오전 9시께 일제수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내 철거를 앞둔 김혜현씨(57)의 하소연이다.

 

이날 철거 예정지 14동 중에 13동이 철거됐으며, 나머지 한 동인 정순례(81) 할머니 집만 유일하게 가정집이다.

 

이날 철거를 앞두고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눈물바람으로 거리에 나와 철거 반대를 호소한 가운데 갑자기 몰아닥친 매서운 한파와 눈, 비로 정씨 할머니의 상처 난 가슴을 더욱 아리게 했다.

 

정 할머니 집에는 모두 6명이 살고 있으며, 정 할머니는 심각한 치매 환자인데 이어 아들과 손주들 모두는 중증 장애를 앓고 있었다.

 

이 집의 사실상 가장은 며느리인 김씨(57)지만 이 집의 월평균 수입은 0원으로 모두 근로 능력이 없어 국가에서 나오는 기초생활수급 비용과 장애연금 등 월 40여만원이 전부다.

 

16년 전 인천에서 살다 고향에 내려와 철길마을에 5년 전 자리를 잡은 김씨는 시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인 ‘내 집 갖기’를 이뤄주기 위해 없는 살림에 빚을 내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아왔다.

 

정 할머니는 “7평 남짓한 이 집을 지으면서 아이들과 며느리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며 “돈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우리 가족이 이 추운 날 집에서 쫓겨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며느리 김씨도 “손바닥만 한 방이지만 이 집을 지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겼다”고 흐느꼈다.

 

이날 행정대집행에 나선 군산시도 정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고려하기로 결정, ‘행정에도 눈물은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가나 창고로 이용되는 다른 건물은 모두 철거했지만 가진 것 없이 힘들게 사는 정씨 할머니 집은 철거를 연기, 이주대책을 준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군산시 김양원 부시장은 “아무리 원리원칙으로 행정을 진행해야 한다지만 어떻게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철거할 수 있겠냐”며 “정씨 할머니 댁의 딱한 사정은 이미 알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정씨 할머니를 돕기 위해 시민모금운동 등 범시민 차원의 구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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