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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생태관광, 미래를 열다 ⑨ 전문가들에게 듣는다

"자연 지키며 수익 창출, 시설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다"

▲ 고창 운곡습지를 찾은 관광객들. 내년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전북 1시·군 1생태관광지’ 조성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관광보다 가족 단위의 대안관광이 더 필요하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도내 14개 시군의 생태관광이 내년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북도의 ‘가이드라인 및 패스라인 구축’ 용역에 맞춰 현재 각 시군별로 진행되고 있는 구체적인 실행 용역이 마무리되면

 

사업 시작의 총성이 울리는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본격적인 사업시행을 앞두고 생태관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에 중점을 두고,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프로그램 개발

 

생태관광은 자연보존과 주민의 경제적 이익창출이라는 상반되고 모순되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고 한다.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손이 많이 닿지 않아야 한다. 버스로 실어 나르는 대규모 관광이 아니라 가족 등 소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관광이다. 소수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주민의 소득을 높이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결국은 프로그램이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바로 이 점에서 전문가들은 생태관광 시설 위주의 하드웨어가 아니라 프로그램 위주의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설위주로 사업을 추진하면 결국 농촌관광의 재탕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생태관광협회 박종석 이사는 “한 해 8억원 정도의 예산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적다고도 할 수 있고, 많다고도 할 수 있다. 다른 일반적인 사업에 비해서는 작다고 할 수도 있지만, 생태관광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하드웨어는 지양하고 가급적이면 기존의 것을 재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대 최영기 교수도 “시군의 자문을 하다 보니 행정편의적인 시설 위주의 사업구상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시설에 투자하는 것이 예산집행에 편하겠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시설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 중심의 사업구상에 집중해야 한다. 시설을 전혀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지만 최소화해야 한다. 시설을 많이 지어 놓으면 기존의 시설과 중복될 수도 있고, 관리운영 비용 등 시군에 재정적 부담으로 남게 된다. 그보다는 생태관광의 소중함으로 알리는 캠페인이나 마케팅, 이벤트 등을 위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의 참여와 주도

▲ ‘데미샘과 진안고원 마실길’

생태관광은 자연자원을 활용해서 주민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결국 주민이 그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고, 주민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농촌은 고령화가 심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할 만한 사람도 많지 않다. 주민의 역량개발과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한 이유이다.

 

국립생태원 최성록 박사는 “지금까지의 생태관광을 보면 내실있는 소프트웨어 운영방식 개선이 아니라 건물 위주의 하드웨어에 치우쳐 있다. 알찬 프로그램 형태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숙소 개선이나 방문자센터 등 최소한의 시설사업은 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심은 지역주민이 얼마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느냐는데 있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장소와 예산은 확보돼 있지만,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주민의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마을이나 생태관광지를 운영할 수 있는 관리자를 양성하고 자생적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의 역할과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대 최영기 교수는 “고창 운곡습지에서 수년전부터 선도적으로 생태관광 사업을 하다보니 마을주민들이 주도적으로 협의체를 만들어서 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긍정적인 시그널을 바탕으로, 우리 지역은 타 시도에 비해 자연보호가 잘 돼 있으니 생태관광을 전략적으로 해보자는 의미”라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자원을 보존하고 활용해서 소득으로 연결시키는 주민 주도형 생태관광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 계획, 단계적 추진

 

전북도의 생태관광은 10년 장기계획 과제이다. 큰 시설투자 없이 S/W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다보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치밀하고 단계적인 계획으로 접근하되 단기간의 성과에 너무 매달리지 말자는 제언을 하고 있다.

 

전주대 최영기 교수는 "일반 관광지는 대규모 시설이 아니라면 단기간에 끝난다. 그러나 생태관광은 금방 뭘 짓고 그런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10년후에 전북의 생태관광이 어떤 모습을 갖출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생태관광협회 박종석 이사는 단계적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해서는 안된다. 장기간으로 보고 10년을 3년씩으로 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단기간 로드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초기에는 주민들이 우왕좌왕하고 욕심으로 갈등이 생길수도 있다. 행정이 관여해서 판을 제대로 만들어줘야 한다. 중기에는 행정과 주민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일하고, 말기에는 주민 주도로 넘어가는 단계적 정착이 필요하다. 장기계획과 단기 비전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

▲ 장수 뜬봉샘을 찾은 송하진 도지사.

생태관광은 기존의 관광과 전혀 다른 형태다. 게다가 추진도 관광관련부서가 아닌 환경과에서 맡고 있다.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서 행정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시·군마다 주민들을 리드할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치단체의 역량를 강화하고 주민들을 교육시켜 사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도 관계자도 시군 전문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전북도가 생태관광 콘트롤센터를 설치 운영하더라도 전문가가 없다면 현장에 전파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과 직원이 자신의 고유업무를 하면서 생태관광을 추가로 담당하기는 현실적으로 벅차다.

 

한국생태관광협회 박종석 이사는 "전북도는 통합적인 지원조직이고 시군의 역할은 다르다. 해당 마을에서 도움을 요청한다든지 하면 현장에 가깝고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시군이 밀도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대 최영기 교수는 "전북도는 계약직 전문가를 뽑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시군에도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총액인건비제 등 어려움은 있겠지만, 전문가가 있어야 지속적으로 정책을 펼칠 수 있다. 1년이든 2년이든 계약직을 채용해서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생태관광의 전망

 

전문가들은 생태관광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고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까지 뚜렷한 성공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태관광이 전북이 가야 할 길이라는데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한국생태관광협회 박종석 이사는 "전북에는 농경과 농촌자원이 많다. 경상도나 충청도보다 전북이 생태관광의 적지"라며 "쉽지 않겠지만 포기해서는 안된다. 시간이 걸리지만 한단계 한단계씩 하면서 좋은 모델을 만들어내면 그 중에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 최성록 박사는 "한 지역의 성공모델을 다른 지역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생태관광이다. 14개 시군이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외지인과 주민이 합심해서 6차 산업 형태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게 된다면 여기서 바라는 것들 중 많은 것들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연을 보존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답을 찾는 기회가 된다면 그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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