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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의 조건

전북 찾아온 손님·기업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관용' '포용' 베풀어야

▲ 양중진 법무부 법질서 선진화 과장
기원전 로마, 13세기 몽골,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영국, 대항해 시대의 네덜란드, 현대의 미국! 이상 다섯 나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나라 이름에 시대까지 특정되어 있다 보니 대부분의 독자들이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시대별로 제일 강한 나라 혹은 제일 잘 나가던 나라라고.

 

그렇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보자. 로마를 비롯한 다섯 나라가 강대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쯤 되면 독자들은 각자 생각하는 답이 있을 것이다. 정답이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답은 ‘관용성’과 ‘포용성’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강자의 조건’(이주희 저, EBS MEDIA 기획)이라는 책에서 내린 결론에 필자도 공감하는 것이다.

 

기원전 로마는 피정복민들을 자신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진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였고, 심지어 피정복민 중에 황제에 오른 사람도 있었다. 몽골은 피정복민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잠’이라고 불리는 역참제도의 정비를 통해 동서양의 교류를 촉진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가 시작됨을 알렸다. 영국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했다. 그 결과 스페인의 종교재판이 두려워 피난 온 기술자들을 적극 받아들여 주철대포를 만듦으로써 무적함대를 격파하기에 이르렀다. 네덜란드는 종교와 사상(철학)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강소국가가 되었다. 미국은 역사상 초유의 다인종 사회를 바탕으로 지구상 유일의 초강대국이 되었다.

 

그렇다면, ‘관용성’과 ‘포용성’이라는 ‘강자의 조건’은 국가에만 적용되는 것일까?

 

필자가 경험해본 바로는 도시의 쇠락을 예측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한 척도가 된다. 필자는 유년기에 전북도내 여러 도시에서 성장했다. 성년이 된 이후에는 서울을 비롯한 영남, 호남, 충청의 여러 도시에서 생활했다. 그러다보니 주변에 있는 도시들까지 가보게 되어 피상적이나마 여러 도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조그만 포구에 불과했던 마을이 아주 큰 대도시로 성장한 곳도 있었고, 옛 도읍의 지위를 잃고 중소도시가 된 곳도 있었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 도시의 규모가 줄어든 곳을 방문해 보면 공통적으로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바로 ‘외지 사람들에게 배타적이다. 인근에서 태어나 이주해 온지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때로는 외지 사람 취급을 받는다. 정착하기가 쉽지 않다.’라는 말이다. 물론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 오다 보니 출신지의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또 출신 지역 따위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쁘기도 하고 기회 자체가 중소도시 보다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도시라고 해서 반드시 분위기나 외부인에 대한 배려가 같은 것은 아니다. 그 도시 특유의 역사와 문화, 시민의식 등이 반드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서 말한 ‘강자의 조건’인 ‘관용성’과 ‘포용성’의 조건이 도시의 쇠락에도 분명히 적용되는 것이다. 최근 전북도내에도 맛집 투어, 각종 테마 관광의 발달, 새만금 개발사업, 다문화 가정의 증가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외부인들의 관심과 발걸음이 잦다.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충돌 현상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관용’과 ‘포용’이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이니 만큼 찾아온 손님이나 기업들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통해 전북이 한 걸음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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