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권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동권 보장과 실질적 차별 철폐 등 우리 사회 장애인을 위한 제반 여건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주시 등 도내 자치단체에서는 ‘장애인복지 1등 도시’ 조성을 구호로 내세우며 힘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도로 위 차량 쌩쌩…음향신호기 설치율 17%= 시각장애인 전상관(64)씨가 도로를 건너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전씨는 누군가 도와주거나 음향신호기의 도움을 받아야만 비로소 도로를 건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향신호기는 전북지역 신호교차로 2107곳 중 360곳(17%)에만 설치돼 있다. 신호교차로가 있는 횡단보도 10곳 중 8곳은 시각장애인들에게 건너기 힘든 곳이다.
신호가 없는 일반 교차로와 규모가 작은 도로 등을 모두 포함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특히 전씨와 같은 시각장애인들은 음향신호기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와 연결된 리모컨이 필수다.
전북도와 전주시 등 자치단체에서 리모컨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신청을 받아 배부하고 있지만 예산은 적고, 홍보도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시 교통안전과가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전주지역 시각장애인들에게 배부한 리모컨은 총 340대에 불과하다.
리모컨을 사용하는 전씨는 “리모컨을 주머니에 넣으면 고장이 많이 난다”면서 “야간 점멸등이 운영되는 일부 구간은 아예 지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협회 전북지부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의 보행권 확보를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시각 장애인 암초’ 볼라드 정비 필요= 지난해 4월 1급 시각장애인 김모 씨(41)는 전주시내 한 도로에서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에 걸려 넘어져 팔과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김씨가 걸려 넘어진 볼라드는 높이가 50㎝ 미만인데다 화강암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관련 법(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정하고 있는 설치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경우였다.
안전시설인 볼라드가 시각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법은 말뚝 높이를 80~100㎝로 하고 부드러운 합성수지 등의 재질을 쓰도록 하고 있지만, 거리에는 높이가 너무 낮아서 걸려 넘어지기 쉽거나 부딪혔을 때 충격을 줄이기 어려운 석재나 철재로 만들어진 볼라드가 여전히 더 많다.
여기에 시각장애인을 안전하게 안내해야 되는 점자블록 설치상태도 미흡하다.
실제 19일 찾은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걷고 싶은 거리’ 점자블록은 가로등 표지판 등에 막혀 있었고 덕진구 교보빌딩 사거리에 있는 점자블록도 볼라드에 걸쳐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빈번해 오히려 점자블록이 시작장애인들의 통행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북시각장애인 연합회 전주지회 소속 사회복지사 오인숙 씨(52)는 “볼라드는 시각장애들에게 도심의 암초”라며 “부딪혀도 다치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철거해야 되는데 지켜지는 부분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장애인 위한 대중교통 ‘갈 길 시급’= “전동휠체어를 이끌고 버스를 탈 때 여전히 많이 넘어집니다. 시내버스가 도로에 서기 때문에, 버스를 타려고 인도를 내려오다가 넘어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콜택시는 불러도 늦게까지 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입니다.”
유승권 전북장애인철폐연대 대표와 전해진 전북장애인미술협회장은 장애인들이 이동수단을 이용할 때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유 대표는 “기사 분들께서 우리 같은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직접 보조하면서 도와줘야 하는데, 아직 그 부분이 좀 미흡하다.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교통약자만 이용하는 무료 셔틀버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용 리프트가 잘 돼 있어 타고 내릴 땐 좋지만, 버스 노선이 장애인들 밀집지역이나 복지센터를 지나지 않기 때문에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장애인 콜택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전 회장은 “서비스 안내원과 기사 분들이 많이 친절해졌다”면서도 “아직도 관제시스템이 도입되지 않고 수기로 예약을 처리하기 때문에 택시가 늦게 온다”고 말했다.
전주시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재가장애인 욕구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65.6%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김경하 사회복지사(전라북도립장애인종합복지관)는 “저상버스와 콜택시를 늘리고 일반 시민과 동일한 버스노선이 아니라 장애인 시설, 병원, 치료서비스 등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이동 경로에 필요한 노선으로 변경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희, 남승현, 김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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