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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음악회 열린 전주 효자동 한신 휴플러스 아파트

자치위원장 제안으로 작년 이어 두번째 열려 / 주민들 악기·성악 뽐내…'만남' 부르며 내년 기약

▲ 아파트 주민들이 참여해 준비한 제2회 작은 음악회가 열린 지난 20일 전주 한신휴플러스 아파트에서 늦은 밤 울려 퍼지는 기타선율과 함께 이웃 간의 정을 나누고 있다. 박형민 기자

‘각박한 아파트’라는 말은 전주시 효자동1가 한신휴플러스 아파트에서는 다른 아파트 이야기였다.

 

지난 20일 오후 7시30분 제2회 작은음악회가 열린 이 아파트내 중앙공원은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랑했지만’, ‘갈색추억’, ‘You raise me up’을 부른 사람들은 김광석도 한혜진도 브라이언 케네디도 아닌 아파트 주민들이었다. 검정 베레모에 재킷을 걸치고, 기타와 마이크를 잡으며 농익은 눈빛으로 아파트 한복판에 나타난 이들은 마음만은 가수였다.

 

초등학생부터 90대 노인까지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 소리가 아파트 휴식공간에서 크게 울려 퍼졌지만 항의 하는 주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공연자 대부분은 이 아파트 주민들이었다. 만돌린과 기타, 색소폰, 성악, 팬플룻 연주가 차례로 이어졌다.

 

‘섬집아기’로 시작해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가 했더니 금세 ‘안동역에서’ ‘갈색추억’ ‘10월의 어느 멋진 날’ ‘You raise me up’등 당대의 히트곡들이 쏟아져 어르신들을 매혹시켰다.

 

마이크와 악기를 잡은 이들의 호쾌한 무대매너는 여느 스타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특히 106동 주민 안석근 목사는 주민 앞에서 그의 자작곡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성악과 기타를 공부했다는 안 목사의 3남매도 연주와 성악으로 우아하게 그리고 현란하게 아버지를 지원했다.

 

음악회가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관객들은 양팔을 벌려 극찬으로 화답했다.

 

음악회 내내 열띤 호응을 연발해 사회자로 부터 선물을 받은 106동 백발의 권경애 씨(78)는 “5년 전부터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는데, 친구인 공 여사와 함께 와서 행복하다”고 답했다.

 

옆에 있던 공숙자 씨(76)는 “노래 부르고, 이야기 나누고, 고스톱 치는 사이지 뭐!”라며 권씨와의 친분을 과시한 뒤 12층 베란다에서 공연을 내려다보고 있던 남편 김남곤 씨(79)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파트 주민 가운데 최고령이자 전주대 초대 총장을 역임한 박주황 옹(96)도 오늘 만큼은 104동 대표 관객으로 나섰다. 보호자의 도움으로 휠체어와 선선한 바람에 몸을 맡긴 박 옹의 눈동자에는 행복이 들어와 있었다.

 

효자동 한신휴플러스 아파트의 ‘제2회 작은음악회’는 지난해 공직에서 은퇴한 박정기 주민자치위원장이 제안해 만들어진 걸작이다.

 

음악회 시작에 앞서 무대에서 주민들을 향해 마이크를 잡은 박 위원장은 “오늘날 공동주택에 살다보면 이웃 간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잖아요. 매번 층간소음으로 다투기만 하는 것 같고, 홀로 외롭게 사는 분들도 많아지는것이 안타까워 장고 끝에 이렇게 작은 음악회를 작년에 이어 2회째로 준비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도내에는 전체 주택 78만 세대 중 공동주택이 절반에 가까운 32만 세대에 육박하고 있다. 함께 사는 이웃이지만 층간소음과 주차문제 등으로 얼굴을 붉히며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웃에 사는데도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다.

 

주민들의 앵콜 요청이 넘치면서 음악회는 예정된 종료 시간보다 30분 늦은 오후 9시30분 마무리됐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팬플룻 연주자의 연주에 따라 주민 모두가 함께 손을 맞잡고 ‘만남’이란 노래를 따라부르며 내년 제3회 연주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2시간 넘는 공연이었지만 효자동 한신휴플러스 아파트 370세대 주민들의 얼굴엔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했다.

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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