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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가출 청소년 (하)과제·대안] 쉼터 '더 짓고' 인력·예산 '더 줘야'

전북 5곳 운영…수용 인원은 총 49명 그쳐 / 직원 근무여건 개선, 복지혜택 내실 다져야

“최근들어 입소한 가출 청소년들이 고급 옷과 음식을 쉼터에 요구하는데, 이들은 물질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곧바로 난폭성을 드러냅니다. 가출 청소년들을 관리하다 오히려 직원들이 병에 걸릴 것 같아요.”

 

전주시내 A 청소년 쉼터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정부가 가출 청소년의 빠른 가정 복귀를 위해 전국에 청소년 쉼터를 개소했지만, ‘쉼터’ 운영에 제약이 많아 가출 청소년들의 최후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청소년 쉼터의 한숨 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인터넷과 SNS를 이용해 범죄에 빠져드는 가출 청소년들이 줄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도내에 설립된 청소년 쉼터는 5곳에 불과하고 전문 인력도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행 청소년 복지지원법 제32조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출 청소년들을 일정 기간 보호하면서 상담과 주거 등을 지원하는 청소년 쉼터(일시·단기·중기·장기)를 설립해야 한다.

 

27일 전북도의 ‘전북지역 청소년 쉼터 현황’에 따르면 도내에는 전주 3곳과 군산·익산 각 1곳 등 총 5곳의 청소년 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쉼터의 가출 청소년 정원은 각 7~10명으로 모두 합해도 수용 인원은 총 49명(남자 20명·여자 17명·공용 12명)에 불과하다. 이는 올해 들어 지난 달 기준 도내 가출 청소년 443명 중 약 10%만 입소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원이 10명인 전주시내 B 청소년 쉼터는 “쉼터에 오고 싶어하는 가출 청소년들은 많은데, 정원이 있다 보니 때로는 받아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쉼터 현장에서는 전문 인력 부족에 따른 가출 청소년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도내 청소년 쉼터 5곳의 인력은 각 4~6명 수준이다. 한 쉼터에서 관리소장과 조리원 등을 제외하면 전문 직원은 2명 내외다.

 

특히 중장기 청소년 쉼터의 특성상 야간 당직을 통해 청소년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소수의 인원이 그 자리를 채우다 보니 업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시내 C 청소년 쉼터 관계자는 “상담원에게 당직을 권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판단해 제가 매일 저녁 당직을 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해 휴가나 연수를 적극적으로 보내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쉼터 직원들과 사회에 불만이 많은 가출 청소년들 간의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주시내 한 청소년 쉼터 관계자는 “근무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가출 청소년에 대한 식사와 상담, 프로그램을 반복하다 보면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3년 정도 근무를 한 직원들이 버티지 못해 그만두는 등 근속 연수가 아주 짧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소년 쉼터의 가출 청소년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북발전연구원이 지난 2013년 도내 청소년 쉼터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북 가출청소년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방안 연구’에서는 쉼터를 이용하는 상당수 가출 청소년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절도와 폭행, 도박, 사기, 조건만남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대학교 최옥채 교수(사회복지학)는 “정부에서는 지역마다 청소년 쉼터를 만들어 놓고 있지만, 최근 청소년들은 음식과 시설이 좋고 규율이 느슨한 곳 등을 따져 청소년 쉼터를 누비는 현상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면서 “국가가 청소년 쉼터가 가출 청소년들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버팀목이라고 판단한다면 재정적 지원과 전문인력 확충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북도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달 도내 청소년 쉼터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가출 청소년 지원의 장애요인들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면서 “간담회 결과를 바탕으로 가출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끝>

관련기사 [위기의 가출 청소년 (상) 실태] 생활비 마련 위해 '범죄 늪'
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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