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6 23:50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광장
일반기사

'헬레네의 함정' 경계해야

로컬푸드 생명은 신뢰도…트렌드·성장성 치중 보다 안전·수익성이 우선돼야

▲ 박성일 완주군수

기원전 12~13세기경 초기 그리스 시대, 터키의 소아시아 지방에서 번성했던 도시 국가로 알려진 트로이는 잘못된 선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0년 동안 그리스와의 치열한 싸움에 져 패망했는데, 이 전쟁이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이다. 전쟁의 발단은 버려진 왕자 파리스였다. 트로이 왕인 프리아모스와 아내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태몽이 불길한 전조로 해석됨에 따라 갓난아기 때 버려졌다. 하지만 그는 곰이나 양치기들에 의해 키워졌고, 젊은 시절에 트로이 축제의 권투 시합에 참가해 프리아모스의 다른 아들들을 무찌름으로써, 다시 왕자로 봉해졌다.

 

제우스는 파리스에게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한다.

 

바로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등 3명의 여신 가운데 누가 가장 아름다운가를 결정토록 한 것이다. 이에 헤라 여신은 파리스에게 왕의 권력을, 아테나 여신은 군사적인 능력을 주겠다고 각각 제의했다.

 

그럼에도 파리스는 두 여신의 제의를 거부하고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얻도록 도와주겠다는 제의를 한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선정했다. 이어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아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 평가받던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를 유혹해 트로이에 숨어버렸다.

 

파리스는 물론 트로이는 아내를 돌려달라는 메넬라오스의 요구를 거부했고, 10년간의 전쟁 끝에 파국을 맡게 된다.

 

포스코 경영연구원은 지난 2007년 ‘간과하기 쉬운 신규사업 추진시의 함정과 극복’이란 보고서를 통해 ‘헬레네의 함정’을 제시했다. 헬레네의 함정이란 여인의 아름다움에 빠져 망국을 초래한 전쟁을 벌인 트로이처럼, 위험이나 투자 적절성에 대한 판단 없이 시장 트렌드, 성장성 등에 치중해 사업선정의 오류를 범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많은 지자체가 이러한 헬레네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공멸로 이끌게 하는 헬레네는 바로 로컬푸드다.

 

주지하다시피 로컬푸드는 완주군의 성공신화가 알려지면서 몇 년 전부터 전국의 지자체가 앞다퉈 추진에 나서고 있다,

 

전북 23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직매장이 110개가 넘는다. 특히 로컬푸드가 농업의 신(新)활로인 6차산업의 성공모델로 부상하면서 열병 수준이 돼버렸다.

 

그러나 과연 전국의 수많은 로컬푸드 매장이 애초의 목적과 부합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따른다. 무엇보다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농민에게는 고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많은 지자체나 농협은 완주 로컬푸드의 성공에만 관심을 쏟는다. 충분한 사전 준비와 농가와의 협조, 시장성 평가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문을 연 지 고작 몇 개월만에 문을 닫거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직매장이 많다. 또한 로컬푸드의 생명인 소비자와의 신뢰를 등한시하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일부 직매장에서의 잔류농약 검출이나 유통기한 초과 등의 사태는 ‘아름다운 헬레네(로컬푸드)’에 빠져 로컬푸드 자체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완주 용진에 직매장 1호를 개설한 뒤 46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완주군의 로컬푸드는 모두 11개소로 확충됐고, 지난해 414억원, 올 상반기 2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500여 월급받는 농가를 탄생시키는 것은 물론, 약 6만여명의 로컬푸드 고정고객을 확보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완주군의 로컬푸드 성공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5년에 걸친 철저한 준비, 기업농과 전업농 육성이라는 투트랙(two-track) 전략 구사, 1일 유통체계 구축, 철저한 품질관리(잔류농약검사) 등을 추진해온 것이다.

 

완주군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학교급식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잔류농약검사도 9월부터 국가 수준인 320종으로 늘리는 동시에, 오는 2018년까지 생산단계에서의 검사도 확대할 방침이다.

 

로컬푸드는 분명 매력있는 사업이다. 그리고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하지만 그처럼 매력있는 로컬푸드 역시, 금세 헬레네처럼 모두에게 생채기를 낼 수 있는 대상으로 변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