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전북도가 도내 공무원과 교사, 언론기관 종사자 등을 조사한 결과 최소 6만 명 이상이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법률이 본격 시행되면서 서민의 일상에서도 다소 생소한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고급 일식집의 김영란 메뉴, 선물 사양이라고 적힌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가정통신문, 조문 해석을 놓고 혼란스러워하는 공무원 등이다.
전북대 김동근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근본적인 법률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로 인해 고유한 정(情) 문화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우선 법 시행 초기에는 적발 행위에 대한 수위 확인이 필요해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제 ‘김영란 메뉴’로 회식하세요”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오전 11시께 전주시 중화산동의 한 일식집. 식당 메뉴판에 ‘김영란 메뉴’가 추가됐다.
이 식당의 대표 A 씨는 기존 3만5000원에 제공한 점심 특선을 2만5000원으로, 6만 원인 만찬은 2만9000원으로 각각 가격을 낮췄다고 밝혔다. A 씨는 추석 명절을 이후 매출액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A 씨는 “이달 초부터는 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면서 “고심 끝에 반찬의 수를 조정해 ‘김영란 메뉴’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다른 음식점들도 ‘김영란 메뉴’라는 수식어가 없을 뿐 사정은 비슷했다. 전주지역 한 참치집에서도 “최근 2만5000원대의 메뉴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 “선물 사양합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김영란법 회오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북대학교 어린이집은 교사 등 종사자 12명에게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앞으로 학부모가 보내오는 선물을 절대 받지 말아달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영란법’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혹시 모를 불미스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의 한 유치원은 학부모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모두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이 유치원 원장은 “법 시행으로 교원들뿐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법률 내용과 상황을 설명하고 작은 선물도 받지 않겠다고 전했다”며 “대부분 법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어 불미스러운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아직도 모르겠는데…”
축제 등 행사가 많은 계절을 맞아 법률 해석을 놓고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28일 전북도청 감사관실에 따르면 지난 8일 청사 내에 설치된 ‘부정청탁 상담·신고센터’로 들어온 상담은 총 120여 건에 달했다. 특히 도청 내 사업소와 소방기관, 시·군 공무원을 비롯해 법인과 민간 위탁기관에서 문의하는 비중이 높았다.
전북도 감사관실 관계자는 “자치단체별로 행사가 많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특히 초청 인사에게 식사와 기념품 제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묻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검찰도 법률 위반자에 대한 처리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남승현, 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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