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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 안봉호 군산본부장

우리는 날마다 언어(言語)를 사용하면서 사회생활을 영위한다.

 

언어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를 소통하기 위한 소리나 문자 따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회 구성원 간에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자 수단으로 구성원간에 경험이나 의사를 전달하는데 이바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언어는 인간의 사고를 제한하면서 지배한다. 우리는 객관적인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고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매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많은 언어학자들은 언어의 한계가 사고의 한계를 나타냄으로써 언어는 ‘현실의 거울’이고 ‘언어와 현실이 서로를 규정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같은 한계성을 지닌 언어로부터 생각을 키워나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가 바르게 서야 정신이 살고, 좋은 언어가 좋은 세상을 만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과거로부터 활용돼 온 언어를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것같아 씁쓸하다.

 

지난 2014년 4월 온 나라를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사고를 뒤돌아보자.

 

여객선과 화물선의 기능을 결합한 세월호는 화객선(貨客船)으로 불린다. 이 화객선의 언어순서를 보면 화(貨)가 객(客)에 앞서 있다. 즉 재화가 사람보다 먼저다.

 

물질·황금만능주의를 상징하는 화(貨)라는 문자가 ‘여객으로 사람’인 객(客)이라는 문자보다 먼저 배치됨으로써 화객선이라는 단어는 ‘사람은 뒷전이고 화물은 우선으로 한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화객선이라는 언어가 우리의 사고와 정신을 지배하다보니 세월호사건 발생의 한 요인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군산~중국 석도항을 오가는 국제카페리선은 화객선이라 하지 않고 글자의 앞뒤를 바꿔 ‘화물보다 사람이 우선’인 ‘사람중심’의 객화선(客貨船)이라고 해 눈길을 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어의 사고 지배력’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최근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을 ‘전북지방해양수산청’으로 명칭을 변경하자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구한 역사에도 서해안권에서 군산항의 위상이 바닥권으로 추락한 원인을 기관의 명칭에서 찾는 항만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은 군산항은 물론 새만금 신항만 개발 및 고창·부안 등 도내 연안항의 개발과 어업경영체 등록업무를 맡고 있어 사실상 도단위 국가기관이다.

 

그럼에도 기관의 명칭중 ‘군산’이라는 언어가 ‘군산지역에 한하는 기관’이라는 사고를 불러 일으킴으로써 관련 업무를 도민들의 관심과 사랑밖으로 내몰고 있다.

 

그 결과가 ‘군산항, 서해안권 꼴찌항만 추락’이라는 게 항만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말로만 ‘군산항, 환황해권 중심항만’이라고 추켜 세워 떠들었자 의미가 없다. 기업들의 물류비용절감을 통한 경쟁력향상에 무엇보다 중요한 군산항은 개항 117년째이지만 오늘날 초라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북도의 발전에 동력을 제대로 제공치 못하고 있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하고 현실을 반영한다.

 

그런만큼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을 ‘전북지방해양수산청’으로 조속히 명칭을 변경, 도민의 관심과 사랑속에 군산항이 발전해 나가도록 하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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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봉호 ahnb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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