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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중 湖 - 황경순

처녀의 몸으로 잉태한

 

바이러스가 퍼렇게 꿈틀댄다

 

청둥오리 쇠물닭 낳아 기르는

 

그녀, 오늘도 분만중이다

 

억세어진 물갈퀴가 가르어도

 

찢어지지 않는 가슴팍

 

생살을 찢고 나온 물푸레가

 

어깨를 그러모아 그림자를 품어안는다

 

백신도 막지 못하는 출산 바이러스

 

사철 마르지 않는 물푸레 빛 양수

 

물주름 겹겹이지만 결코 늙지 않는

 

그녀의 자궁

 

골짜기를 드러내지 않는 저수의 숲에서

 

풍덩, 홀로 깊어간다

 

△아중호에 가면 청둥오리 한창이다. 아중호에 가면 물주름 팽팽하다. 아중호에 가면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는 출산 바이러스가 네게도 퍼렇게 전염된다. 아중호에 가면 움츠러들던 어깨도 싱싱하게 살아난다. 아중호에 가면 나 혼자 깊어져 천천히 걷게 된다. 김제김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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