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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 김대곤

바람 부는 날 실꾸리 풀며

 

연을 날린다

 

긴 꼬리 가오리연

 

삼촌들 물레 풀며 네모난 방패연 날린다

 

삼삼히 보이지 않는 실을 따라

 

눈발 날리고 바람도 날리고

 

아버지 꾸중도 날리고 어머니 나무람도 날린다

 

들판과 하늘이 너무 넓어 어지러운 날

 

우리는 마음대로 까불고 마음대로 춤추고

 

달리고 넘어지고 웃다가 까무라친다

 

들판에 벌렁 누운 동무 옆

 

골마리 내리고 소피보는 삼촌이 보인다

 

우리는 모두 잠시 동네 부모와 이웃에 맡겨져 사는

 

애초부터 하늘과 들녘의 개구쟁이 요정이었다

 

이젠 꼬리 흔들던 가오리연 간데없고

 

생계형 비정함과 매연에 묻혀

 

턱수염 까칠한 방패연이 되어

 

구름 겹겹한 하늘을 난다

 

△'달리고 넘어지고 웃다가 까무라친다'를 읽다가 개구쟁이 내가 떠오른다. 목덜미를 휘도는 강바람이 털장갑을 끼고 불어온다. 아버지의 꾸중도 어머니의 나무람도 연에 실려 날려 보냈던 어린시절. 까무라치도록 웃어본 지가 언제였던가. 화자처럼 들판에 벌렁 누워 까불고 깔깔대고 싶다. 얼레에 감긴 실이 술술 풀리듯 꿈도 그렇게 풀렸으면 한다. 시인 이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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