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0 03:18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일반기사

[2017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여순사건 다뤄…탐구정신 돋보여"

 

신춘문예가 시작된 지 한 세기가 되어간다. 그만큼 역사가 깊은 문학제도이다. 한국문단은 신춘문예와 잡지를 통해 유지해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그 의의가 크다.

 

신춘문예는 가슴 설레게 한다. 새로운 탄생에 어디 설렘이 없을 수 있겠는가. 작가로 탄생한다는 것은 사회 역사 속에 나 자신을 투척하는 일이다. 이는 영광과 책임이 함께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춘문예에 작품을 투고하는 이들에게,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축하를 드리는 것이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6편이었다. 매뉴얼에 따라 달려가는 시대상을 다룬 ‘가만 있으라’, 현실과 단절된 개인의 삶을 소재로 한 ‘홀’, 역사 속에서 개인의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을 추적한 ‘백팩’,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사는 발레리나 지망생의 일상을 그린 ‘카페 헤밍웨이’, 벽지에 근무하는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도시에서 생활하는 아내 사이에서 희박해지는 인간관계를 다룬 ‘고객님 안녕히 가세요’, 다문화사회의 일면을 그린 ‘닭’ 등을 읽었다. 전반적으로 개인의 지위 약화, 느슨한 인간관계, 무의미한 일상 등을 다루면서 주제의식이 좀더 치열해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 가운데 ‘카페 헤밍웨이’와 ‘백팩’ 두 편을 두고 논의를 벌였다. ‘카페 헤밍웨이’는 개인의 정체성이 희석되고, 존재의 연결이 느슨해지며, 삶의 가치가 의미의 지평 너머로 사라지는 현대인의 삶을 점묘식으로 그린 수작이었다. 그러나 서사를 엮어나가는 힘이 딸린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였다.

 

결국 ‘백팩’을 당선작으로 밀기로 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정확한 문장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풀어지지 않고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 아버지의 생애를 서술하는 부분과, 백팩을 메고 아버지의 죽음을 찾아가는 여정과, 지민과의 사랑과 이별 등을 알맞게 교차하여, 이야기를 엮어 내는 솜씨가 남달랐다. 여순사건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다룬 점, 등에 지고 가는 백팩과도 같은 역사적 부담감에 대한 상징성 등, 미래 작가로서의 본격적인 탐구정신과 태도가 돋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쉬운 결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백팩 속의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행위가 과연 적극적인 결말인가?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행위가 역사를 청산하자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인지 상징성이 약하다. 이와 같은 회고적 여행구조는 결국 작가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감상에 빠지게 한다. 센티멘탈리즘으로 완결짓는 소설적 해결보다 치열한 사유를 바탕으로 한 비판의식이 작가의 몫이라는 인식이 투철해지기를 바란다. 응모한 분들의 정진을 비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