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역 일부 업소들 최대 2000원 인상 / 이용자들 "시설·서비스는 그대로" 분통 / 업계 "매년 공공요금 올라 유지 힘들어"
#1. “올해부터 800원 더 내셔야 합니다.” 지난 3일 오후 전주시의 한 대형 목욕탕을 찾은 정모 씨(32)는 ‘사우나 요금 현실화 안내’라는 안내문을 읽고 당황했다. 하수도 요금 인상으로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올해 1월 1일부터 어쩔 수 없이 요금을 인상함을 양해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정 씨는 “월급은 안 오르는데, 물가는 오르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2. “시설이나 서비스 개선도 전혀 없이 목욕 요금을 한 번에 2000원 이상 올린다는게 말이 되는 겁니까.” 최근 호텔 사우나를 찾은 박모 씨(60)는 어느 날 갑자기 크게 오른 목욕 요금에 분통을 터뜨렸다. 박 씨는 “낡은 헤어 드라이기를 사용할 때마다 머리카락이 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라며 “시설이나 서비스 개선은 없이 요금만 올려 고객을 봉 취급한다”고 비난했다.
최근 전주시내 일부 목욕업소들이 하수도 요금 인상을 이유로 목욕 요금을 올리면서 시민들의 지갑에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5일 전주시내 S목욕탕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기존 6000원(대인 기준)이던 목욕 요금을 6800원으로 전격 인상했다. 이 목욕탕 관계자는 “하수도 요금의 부담이 커 고심 끝에 요금을 인상했다”며 “고객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R목욕탕은 지난달 16일부터 7700원이던 목욕 요금을 9900원으로 무려 28%나 올렸고, 전북대 인근의 한 목욕탕은 지난해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요금을 인상했다. 진북동의 한 목욕탕은 지난해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요금을 인상했지만, 올해도 요금 인상 여부를 고민 중이다. 갑작스런 목욕 요금 인상에 이용객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역설적으로 ‘요금을 올린’ 목욕업계 측에서 더 크게 나오고 있다. 최근 3년간 하수도 요금이 계속 올랐고 치솟는 인건비와 수도세, 전기세, 가스비 등을 고려할때 목욕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는 것이다.
하수도 사용료는 가정용과 일반용, 대중탕용, 산업용으로 나뉘며 사용량에 따라 누진제가 적용되는데, 전주시의 ‘공공하수도 사용료 산정기준’에 따르면 대중탕용의 경우 2001톤 이상 톤당 하수도 요금이 지난 2014년 330원에서 2015년 540원(63%↑), 2016년 680원(25.9%↑), 2017년 780원(14.7%↑)으로 매년 올랐다.
가정용도 1~20톤 기준 톤당 하수도 요금이 지난 2014년 210원에서 2015년 280원(33.3%↑), 2016년 350원(25%↑), 2017년 400원(14.2%↑) 등으로 올랐다.
한국목욕업중앙회 전북지회 이진식 회장은 “하수도 요금 인상으로 목욕탕들이 고육지책으로 요금을 올리고 있다”며 “전주시에 등록한 목욕탕 중 상당수는 실제 운영을 하지 않을 정도로 힘든 속사정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목욕탕들이 한 달 평균 2000톤 가량의 물을 쓰는데, 상하수도 누진제의 폭을 더 넓혀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최근 3년간의 요금 인상은 2014년 행정자치부가 물값 현실화 차원으로 각 자치단체에 조례를 시행하라는 지시의 결과”라며 “목욕업계의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물가모니터링요원을 활용해 심각한 시장 경제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목욕탕 요금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지역 목욕탕은 지난 2004년 105개에서 지난해 66개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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