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온정주의 영향 부작용 만연 / 보존회측 개선책 내놨지만 한계 / 자체 평가제도 도입, 결과 반영을
매년 전국 각지에서 150여개의 크고 작은 국악 경연대회가 치러질 때마다 뇌물 청탁과 부정 심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전주 대사습놀이 뿐 아니라 서울과 대구, 충청, 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수사선상에 오르거나 재판을 통해 실형을 받은 경우도 많다. 국악인의 등용문인 국악 경연대회가 주최 측과 심사위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정도로 비리가 만연한 것은 국악계의 뿌리 깊은 도제식 교육과 순혈주의, 비리를 알고도 눈감아주는 온정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015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예선과정에서 심사 비리 파문에 휩싸인 (사)전주대사습보존회는 지난해 긴급 임시이사회를 세 차례, 위원회도 두 차례 개최한 끝에 심사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주된 내용은 심사위원 선정위원회 구성·운영과 보존회 이사의 심사위원 참여 배제, 직접제자 출전 때 심사위원 원천 배제 등 회피제 강화, 곡목사설 제출·검수, 부정행위 심사위원 자격 영구 박탈과 출전자 영구 출전금지 등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선방안이 마련됐는데도 불구하고 국악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심사위원 선정위원회가 운영된다 하더라도 뒷전에서 비밀리에 자행되는 청탁과 온정주의 등을 원천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악계에서는 근본적인 심사제도 개혁을 위해 심사위원 선정위원회 확대 구성과 심사위원 추첨제 도입, 경연대회 자체평가제 도입 방안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한다.
당초 보존회의 개선방안에 따르면 심사위원 선정위원회는 전주시와 MBC, 보존회, 언론인들로 구성된다. 그러나 선정위원회가 효율성을 갖고 제 기능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전국의 국악전문인과 국악평론가도 포함시켜 선정위를 확대·구성해야 한다는 것.
한 국악인은 “심사위원의 심사 비리는 심사위원을 추천하는 권한을 일부 소수가 독차지하면서 불거진다”며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다수가 심사위원을 추천해 선정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사위원 추첨제 도입은 보다 강력한 효과를 갖는다는게 중론이다. 임방울 국악제의 경우는 먼저 심사위원 대상자 명부를 작성하고 여기에 일정 배수의 심사위원을 선정한 뒤 추첨에 의하여 확정짓는다. 심사위원 추첨제는 국악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도내 국악인들도 심사 비리의 근본적인 차단을 위해 심사위원 추첨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에 대해 보존회 측에서는 심사위원으로 적합한 명망 있는 국악계 인사가 많지 않아 심사위원의 질적 수준 저하가 우려된다고 주장하나, 상당수의 국악인들은 그동안 전국 경연대회에서 수많은 예능인이 배출되었고 또 전문가나 평론가들도 많아 심사위원 수준 저하를 염려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한 국악인은 “심사위원을 추첨에 의해 선정하고 이들 선정자를 대회 당일이나 전날 늦게 공개하게 되면 심사위원 비리를 상당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락기 전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임방울 국악제의 사례를 살펴본 후 심사위원 추첨제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경연대회 자체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결과에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악인들은 “전주대사습대회의 위상을 제고하고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대회 전반에 대한 평가를 실시, 미진사항과 문제점은 개선·보완해야 한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평가를 위해 평가자는 전문 대학교수 또는 국악전문인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회의 참가자가 요청할 때에는 심사내용 원본을 공개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문별 경연내용과 심사위원도 영상으로 녹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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