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미안하다…사랑한다' 눈물로 쓴 엄마 손편지

실습생 자살사건 대책위, 전주서 추모제 마련 / 홍양 부모, 미리 징후 발견 못한 죄책감에 울음

“당장이라도 ‘아빠’하면서 문을 열고 달려올 것 같은 딸 생각에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저녁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대우빌딩 앞. 숨진 현장실습 여고생 홍 모양(19)의 아버지 홍순성 씨(58)는 “어린 딸을 먼저 하늘로 보내고 할 말을 잃었다. 지금도 방황하고 있는 아버지”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북지부 등 2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마련한 추모제에 부인 이천옥 씨(50)와 함께 참석한 홍 씨는 시종 표정이 어두웠다.

 

검은색 패딩에 모자를 깊게 눌러 쓴 홍 씨는 딸을 지켜주지 못한 스스로의 죄책감 때문인지 시선은 땅에 떨어지고, 한숨도 잦았다.

 

홍 씨 옆에 서있던 이종민 씨(63)가 홍 씨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이 씨는 숨진 홍 양과 같은 이동통신업체 전주고객센터에서 지난 2014년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고(故) 이문수 씨의 아버지다.

▲ 17일 전주 대우빌딩 앞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박형민 기자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안호영 국회의원, 공동대책위 관계자 등 100여 명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혔다. 고인의 넋을 기리는 의식과 공연도 진행됐다.

 

매일 출퇴근길 19살 소녀에게 만감이 교차했을 회사 앞 버스정류장. 추모 공간으로 변한 그 자리에 부모가 섰다.

추모제가 진행되는 내내 눈물을 훔치던 홍 양의 어머니는 90분의 추모제가 끝나자 남편과 함께 하얀 국화꽃 한 송이를 딸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에 직접 올려놓은 뒤,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리고 몸을 숙여 작은 엽서에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OO아 사랑한다/엄마가 미안하다/네 마음 몰라 준 것이 어찌/이젠 맘 편히 살거라/그동안 고마운 딸이었다/사랑한다’

 

딸의 이름을 적으면서부터 울음이 터진 어머니는 글자 한 자 한 자에 심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끝으로 ‘사랑한다’를 다시 쓴 어머니는 볼펜을 쥔 채 고개를 들더니 더는 적지 못하고 돌아섰다.

 

추모제가 끝난 뒤 만난 홍 양의 부모는 “딸의 자살 징후를 미리 알지 못한 우리들의 책임이 크다”며 자책했다.

 

어머니 이 씨는 “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던 딸에게 여기서 물러나면 지는 것이니 한 번 끈기있게 해보라고 반대했던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지난 1월 22일 일요일 점심 운동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집을 나간 마지막 딸의 모습을 본 그 시간이 멈춰있었다.

관련기사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협약서보다 불리한 근로계약서 작성 확인" 김광수 의원 "특성화고 실습생 실적압박 심각"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부당행위 전국 465건 "현장실습생 죽음 이젠 없어야" 공동대책위·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기자회견 노동부·전북교육청, 통신업체 고객센터 내사 착수 "통신업체 고객센터 위법성·학교 책임 밝혀야" '특성화고 실습생 자살' 진상규명 요구 확산
남승현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김제김제시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 ‘파란불’

금융·증권미 증시 덮친 'AI 거품' 공포…한국·일본 증시에도 옮겨붙어

문화일반세대와 기록이 잇는 마을…부안 상서면 ‘우덕문화축제’ 7일 개최

법원·검찰장애인 속여 배달 노예로 만든 20대 남녀⋯항소심서도 ‘실형’

익산10월 익산 소비 촉진 정책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