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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도착한 전남 목포 신항 가보니…

철제 울타리 너머 처참한 모습 보며 눈물 / 50여명 유가족들 모든 기운 빠져버린 듯

▲ 세월호가 1081일 만에 뭍으로 돌아온 지난달 31일 전남 목포 신항에서 한 추모객이 노란 리본이 걸린 철책 앞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목포=박형민 기자

“원래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 텐데… 너무나 처참하네요.”

 

전남 목포 신항 부두 밖 철제 울타리 사이로 세월호의 모습을 바라보던 양현모 씨(67)가 이렇게 읊조렸다. 세월호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찾아왔다는 양 씨는 “큰 배 옆에 있으니 조각배 같네, 왜 3년이나 걸렸을까…”라고 말하곤 이내 입을 닫았다.

 

2014년 4월 15일 오후 9시 힘차게 육지를 떠난 세월호는 1081일 만인 2017년 3월 31일 오후 1시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에 실려 힘없이 돌아왔다. 3년 만에 돌아온 세월호는 자신의 동력을 이용하지도 못하고, 예정된 목적지도 아닌 목포 신항으로 쓸쓸히 그리고 천천히 접안했다.

 

세월호 도착 소식을 듣고 왔다는 한경서 씨(51·목포 거주)도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는데 왜 이제서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씨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긴 항해를 마치고 목포 신항으로 들어오는 세월호를 보기 위한 길은 멀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낮 12시 40분께 목포 신항에 가기 위해 목포시 연산동을 지날 때 중앙 가로수에는 노란 현수막들이 흩날렸고 목포대교에 오르기 전에는 ‘세월호 거치 장소’라는 표지판이 길을 안내했다.

 

목포대교에 오르자 차량들의 속도가 줄었고 이윽고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었다. 안개가 자욱한 대교 오른쪽 해상으로 세월호가 천천히 목포 신항에 접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3년 만에 뭍으로 돌아오는 세월호를 빨리 보기 위함일까? 방문객들은 분주히 부두로 향했다.

목포 신항 부두 둘레에는 하얀 철제 울타리가 쳐 있었다. 울타리마다 수십, 수백 개의 노란 리본이 매달려 바닷바람에 흔들렸다. 세월호가 육안으로 보이는 곳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울타리에 매달려 눈시울을 붉히며 손을 모아 기도하기도, 사진을 찍기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신항 부두 출입문 바로 옆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임시 거처가 마련됐다. 아스팔트 바닥 위 목재 팔레트에 스티로폼을 올린 파란 천막 5동의 허름한 거처였다.

 

세월호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부두 안에 들어갔던 유가족들이 이날 오후 2시께 부두를 빠져나왔다. 50명 남짓한 유가족들은 기운이 모두 빠져버린 듯 힘없이 철조망 옆 천막 아래로 들어갔다.

 

참사 이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들의 학생증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는 단원고 고(故) 오영석(단원고 2학년7반) 군의 어머니 권미화 씨(43)는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딸처럼 그렇게 힘이 돼 줬던 참 착한 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권 씨의 목에는 이날도 아들의 이름이 적힌 단원고 학생증이 걸려 있었다.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는 정부가 너무나도 밉다”는 권 씨는 “세월호가 올라와 진실이 규명된다 해도 내 아들은 돌아오지 못하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밟지 못한 세상에 다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울먹였다.

 

이제 세월호는 2~3일 동안 선체 내에 있는 펄과 물을 빼내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육지로 옮겨지려면 1천 톤 가깝게 무게도 줄여야 한다. 유류품들이 발견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수습자 수색작업은 세월호 육상거치, 안전점검과 방역을 거친 후 이달 10일께 시작될 예정이다.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뭍으로 돌아온 세월호. 목포=박형민 기자
▲ 뭍으로 돌아온 세월호. 목포=박형민 기자
▲ 뭍으로 돌아온 세월호. 목포=박형민 기자

목포=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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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 1000k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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