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농성장 지킴이·시민 200여명 참석 / 시 낭송·공연 등…노란 풍선 들고 눈물바다
“아들 딸아 3년간 얼마나 힘들고 아팠니.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니…”
벌써 3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3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전북작가회의 소속 시인 김형미 씨가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울었다.
‘더 갈 곳이 없었단다. 추운 바닷가 하늘 한 번 보고 바다 한 번 보고. 다양한 꽃을 피웠으나 단 하나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여기서도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 주고 받을 말도 없이 시를 읽지 않는 시대란 이런 거야. 한마디 거들어 주는 술잔도 없이 팽목항에 부는 바람이었단다.’
차가운 배 속에 갇힌 채 하늘로 간 학생과 교사에게 직접 쓴 시 ‘팽목항의 깃발’을 읽으며 김 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는 “아이들이 추운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은 나라가 눈을 감았기 때문”이라며 울먹였다.
‘세월호 3주기 추모제’가 15~16일 이틀간 ‘세월호 참사 대책위’와 ‘세월호 남문 농성장 지킴이’를 비롯해 시민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주시 전동 풍남문 광장 앞에서 열렸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 품으로’라고 적힌 노란색 풍선을 든 이들은 세월호를 향해 “잘못된 어른들의 말을 듣고 희생당한 아이들을 잊지 말자”고 호소했다.
무대 뒤에서 조용히 풍선에 바람을 넣으며 봉사활동을 하던 박정하 씨(43·익산시 모현동)와 최보미 씨(39) 가족은 “우리 모두의 아들 딸이 세월호 선실에서 안내방송만 믿고 빠져나오지 못한 채 기다린 3년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시간”이라며 “이제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대피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풍남문 광장엔 지난 13일부터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사진이 붙어 있는 추모 공간이 차려졌고, 시민들은 그 앞에서 세월호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행사에 참여한 이찬영 군(16·완주 구이중)은 “지난주 학교에서 학생 45명이 함께 목포 신항에 다녀왔는데, 노란 리본이 묶여 있는 울타리 안의 세월호의 모습은 처참했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이 반드시 필요하고, 꼭 밝혀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전주 풍남문 세월호 현수막 지킴이 채주병 씨(49)는 “지난 3년간 전주에서는 세월호를 잊지 않고 아픔을 기억해주신 분들이 많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세월호가 올라온 순간 세월호 지킴이 모두가 감동에 벅차 울었다”고 했다.
발언을 마친 채 씨는 실종자 9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하루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했다.
세월호 추모 공연을 하던 배우 한영애 씨는 중간에 공연을 중단하고 통곡하기도 했다.
한 씨는 “여러분 너무 죄송합니다. 못하겠어요. 유가족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납니다. 모두가 억울한 희생자들을 위로해주고 힘을 합쳤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눈가를 닦았다.
세월호 3주기 추모제에서 시민들은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종이배를 접으며 ‘2014년 4월 16일’을 다시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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