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13:02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사회 chevron_right 사회일반
일반기사

전주 서부신시가지 '자전거 교통순찰대' 따라가 보니…

평균 나이 예순살…'주차딱지' 100여건 발부 / 아들 같은 사람에게 폭언 들을 땐 비애도 느껴

▲ 지난 22일 자전거 교통순찰대원들이 전주 서부신시가지에서 자전거로 이동하며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땅거미가 내리는 붉은 하늘과 바람에 흔들리며 끼익 끼익 소리를 내는 자전거.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전주 서부 신시가지에 나타나 불법 주차된 차량에 ‘딱지’를 붙이는 해결사들. 평균 나이 예순의 자전거 교통순찰대원들이다.

 

‘자전거의 날’(4월 22일)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오후 7시께 전주시 효자동 서부신시가지 주점 앞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을 당한 시민 A씨가 얼굴을 붉혔다.

 

“잠깐 차를 대놓고 밥을 먹고 나왔는데 주차단속에 걸렸다”고 불만을 토로한 A씨는 완산구청에 전화를 걸어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이 주차 단속을 하고 갔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며 따졌다. 자전거 교통순찰대를 처음 봤기 때문이다.

 

A씨처럼 이날 자전거 교통순찰대의 불법 주정차 단속에 적발된 사람은 족히 100명은 넘어 보였다.

 

이날 ‘자전거 단속’에 나선 사람들은 자전거 교통순찰대원 5명이었다. 모두 전주시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이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에서 일요일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전주 서부신시가지 일대 주정차 금지구역을 집중단속한다.

 

순찰대원 고재용 씨(56)는 “평소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고, 초등학교에서 자전거 교육도 하고 있다. 저녁마다 불법 주정차 천지인 신시가지는 차가 이동하기 힘들어 자전거로 교통 무질서를 단속하는 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자전거 순찰대는 지난해 4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상으로 자전거를 타고 현장 단속업무 수행이 가능하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어 많은 지원자들이 몰렸다.

 

준위로 군에서 전역한 뒤 직장을 구하던 중 전주시의 자전거 순찰대 모집공고를 보고 응시했다는 이동오 씨(63)는 “자전거 타기 실기시험과 면접시험을 봤는데, 평소 잘 타던 자전거도 유독 긴장됐고, ‘민원인이 공격적으로 나올 때 어떻게 대응할 거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주시에서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박흥규 씨(63)도 자전거 순찰대원이 됐다. 그는 시민들의 의식이 제일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전거 순찰대는 상인들과 일부 무법자들에게는 ‘공공의 적’으로 불린다.

 

가장 젊은 순찰대원 김상욱 씨(53)는 “막상 단속에 나서면 ‘왜 단속을 하느냐’, ‘상권이 죽는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아들 같은 사람들에게 폭언이나 신체 접촉이 있을 때는 비애를 느낀다”고 했다.

 

오후 6시 30분 순찰대는 인근 식당에서 부리나케 저녁을 먹고, 자판기에서 믹스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시자마자 바로 자전거를 잡았다. 1시간 전 단속 예고문을 붙여 둔 차량을 찾아가 정식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다.

 

빈 주차공간이 ‘70대’라고 적혀 있는 공영 주차장 앞에서 불법 주차 차량에 과태료 ‘4만 원’을 부과하던 오재식 씨(62)는 “왜 비싼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도 주차료가 저렴한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고 불법 주차로 단속돼 비싼 과태료를 내는지 모르겠다”며 “자전거 순찰대를 통해 교통질서가 회복되는 건 고무적인 일로 질서 정연한 서부 신시가지를 만들기 위해 더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승현 reality@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사회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