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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암 - 이선화

산그늘 다소곳이 안은 보리암

 

울지 못하고 가는 사람들 있을까봐

 

사그락 사그락 발소리 따라 비가 온다

 

빗소리에 돌아눕는 싸리 꽃들이

 

누군가가 흘리고 간 연정을 탐하듯

 

마음과 침묵으로 합장 하고

 

억겁에 짓눌린 눈꺼풀이

 

땅바닥으로 깔릴 즈음

 

부처님 울안에 걸어둔 연등

 

내 소원 행여 들킬세라

 

바쁜 걸음 재촉해본다.

 

△보리암은 경남 남해군 상주면 상주리 금산 남쪽 봉우리에 있는 절이다. 석가탄신일을 기해서 절에 걸어둔 연등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내가 연꽃의 분신 같은 착각이 든다. 연등에 새겨진 이름들을 읽으면서 나도 손바닥에 이름을 써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 억겁에 짓눌린 눈꺼풀을 감았다 떴다 껌벅거리며 어디서엔가 방황하고 있을 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해본다. 산그늘이 비에 젖는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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