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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유공자 최맹규씨, '죽을지 몰라' 찍어둔 사진 덕 유공자 인정

6·25 때 의용경찰로 인민군 소탕작전 참여 / 전쟁 끝나고 다시 4년 5개월 군생활 / "후유증으로 소리 잘 못듣지만 살았으니 다행"

▲ 6·25 때 의용경찰로 복무하며 인민군 소탕 작전에 투입된 최맹규 씨가 5일 전주 진북동 자택에서 당시 찍었던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오전 10시 전주시 진북동 자택에서 만난 6·25참전 유공자 최맹규 씨(85)의 목소리는 여전히 까랑까랑했다.

 

“내가 귀가 잘 안 들려요. 옛날에 내가 기관총 사수를 하면서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젊은 기자 양반이 질문을 좀 크게 해줘요!”

 

부인과 함께 사는 오래된 20평형 주택에는 하얀 한복을 입은 부친과 모친의 사진 액자가 걸려 있었다. 좁은 방과 거실은 오래된 사진과 표창들로 빽빽했다. 방바닥에 앉자 최 씨는 벽에 걸려 있던 흑백사진을 내려놓았다.

 

그는 “왼쪽에 소련제 소총을 잡고 엎드린 청년이 바로 나예요, 그 옆 소총에 태극기를 걸어둔 사람은 친구, 그 옆은 소대장인데 당시 소대장이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기록을 남기자’며 사진을 찍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32년 12월 10일 김제 금구에서 4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최 씨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11월부터 1952년 10월까지 1년 11개월을 의용경찰로 복무했다.

 

당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면서 서울 한강 이남에 있던 인민군을 소탕하는 작전에 최 씨가 투입된 것. 1개 사단 규모의 인민군이 지리산에 주둔하는 등 호남지역에도 인민군이 활개를 치자 최 씨가 근무한 정읍과 김제, 고창에서도 전투가 활발했다고 한다.

 

고지로 올라오는 인민군들이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가 들리면 들고 있던 기관총을 격발했다는 최 씨는 당시 기관총의 큰 소리에 무방비로 노출돼 지금도 한 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인민군의 총에 맞아 죽은 전우를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1953년 휴전으로 전쟁이 끝난 뒤 지인의 소개로 아내와 결혼을 하고, 전주 자동차교습소에 다니며 운전면허증을 딴 최 씨에겐 ‘군 입대’라는 큰 산이 남아 있었다.

 

의용경찰 참전을 군 복무로 인정받지 못해 공군에 다시 입대한 최 씨는 3년을 복무하기로 서약했지만, 전역할 당시 병력이 부족해 1년 5개월을 더 복무했다고 한다.

 

27세에 제대한 최 씨는 부친의 농사일을 돕다가 전주의 한 운수회사에 취직했다. 화물차를 운전하며 4녀 2남을 책임지는 가장이 됐다. 13년간 무사고 운전을 한 공로로 내무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가족들을 위해 악착같이 살아 온 최 씨는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로부터 6·25참전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전쟁이 끝난 지 50년 만이었다.

 

최 씨는 “정부의 참전 유공자 모집 공고에 김제·정읍·고창경찰서를 찾아가 의용경찰로 활동한 기록이 담긴 ‘인우보증 진술서’를 받으러 다녔다”며 “당시 전우들을 찾으러 경로당을 찾아 가기도 했지만, 유공자 인정에 결정적인 자료는 소대장의 권유로 찍어 둔 흑백사진”이라고 했다.

 

지난 2012년부터 6·25참전유공자회 전주시지부와 전북도지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 씨는 6일 국립 임실호국원에서 진행되는 현충일 행사에 참여한다.

 

최 씨는 “요즘 현충일 행사를 하면 지팡이를 든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자리를 다 채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 날 만큼은 모두가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을 생각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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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realit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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