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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광복 앞두고 민족저항 중심지 군산 역사 되새겨보니] 일제, 강점기 군산 수탈 바다부터 저질렀다

1883년 조일통상장정 맺고 어장 침탈 합법화 / 서해안 수산물 탐내 어촌 짓고 유통까지 장악 / 조선 어민들, 결사대 만들어 생존투쟁 이어가

▲ 조선시대 한 어민이 낚싯줄을 손보고 있다. 사진제공=군산근대역사박물관

“고기 잡으면 일본인들한테 뺏기기나 하고....몰래 감춰서 팔고....우리가 고기를 잡으면 일본 사람들이 와서 싹쓸이해갔지, 값도 제대로 쳐 주지 않고....”, “위도 가서 큰 운반선이 떠가지고 한배 가면 걔들(일본인들) 회사에서 와서 가져가고 그러거든....”

 

어업종사자로 일본의 수탈을 목격한 이만근(96·무녀도 거주) 어르신의 회상이다.

 

일제강점기 침탈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군산, 수탈과 저항의 근대역사 도시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군산 지역의 일제 수탈은 육지보다 바다에서 먼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바다 수탈은 1883년 7월 맺어진 ‘조일통상장정’을 시작으로 일본이 한국의 바다 어장을 합법적으로 이용하도록 함으로써 본격화됐다.

 

조일통상장정은 일본이 전라, 경상, 강원, 함경도 어장을 합법적으로 이용한다는 의미로, 이는 종래에 자행되던 어장 침탈을 강압 때문에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때부터 일본은 안강망 어법을 통한 무자비한 조업을 시작했고 1910년에는 고군산 바다에 일본어선 800척, 염절선 120척과 수산물의 상선인 출매선 500척이 운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를 통해 고군산 바다의 풍족한 어장에 대해 씨고기까지 잡는 반생태적이고 상업적인 어업 침탈을 자행했다. 마침내 일본은 1937년 연간 생산량 200만여t을 기록하며 세계 어획고 2위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특히 군산은 서해안 수산물의 주요 수탈 기지이자 일본의 어업의 근거지로 이용됐다. 당시 서해안 수산업의 중심지였던 군산해역을 탐냈던 일본은 해망동, 죽성동 일대와 어청도에 일본인 이주 어촌을 건설하고 수산물의 유통과 판매까지 장악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근 어르신은 “일본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산학교인 군산간이수산학교를 세우고 군산의 바다는 일본의 어업근거지로 이용당했다”면서 “일본 사람들은 물고기가 나오는 곳은 어디에든 있었고, 큰 배에 실어 일본으로 가져갔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반발은 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바다를 빼앗기면서 우리 어민들은 큰 타격을 받았고, 생계의 터전을 침탈당한 군산지역 어민들은 분노했다.

 

어민들의 절박함은 일본에 대한 저항으로 표출되는 등 충돌이 잦았다고 한다.

 

1909년 5월 발행된 대한매일신보를 보면 당시 우리 어민들은 바다를 지키기 위해 결사대를 조직해 서해안의 칠산 앞바다(부안 인근)에서 일본 어민을 공격하거나 어망의 닻을 절단해 조업을 방해하는 등 생존을 위한 투쟁을 이어갔다고 전하고 있다.

 

김중규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운영계장은 “일제의 수탈은 1910년 경술국치 이전부터 육지보다 바다에서 먼저 이뤄졌다”면서 “일본이 우리 바다에 대해 집요하게 수탈을 이어온 이유는 식량 확보와 정어리기름 등을 이용해 전쟁에 필요한 군수품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제강점기 호남 최고의 항구도시였던 군산은 쌀과 수산업 침탈의 역사를 겪었지만, 1919년 3월 호남 최초의 만세운동에 이어 1927년 우리나라 최대 규모 농민운동인 옥구농민 항쟁도 일어났던 민족 저항의 중심지다.

문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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