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대덕호 납북귀환 뒤 고인 된 전북어부 4명 / 전주지검, 관할 법원에 재심 청구…"무죄 위해 최선"
1960년대 군사분계선을 넘어 조업하다 납북된 뒤 귀향한 순박하기만 했던 전북어부들에게 돌아온 건 국가의 서슬 퍼런 용공 조작이었다. 전북도경의 불법구금은 물론 잠 안 재우기, 물고문, 구타는 기본이었다. 경찰은 당시 ‘반공법’위반을 적용, 간첩으로 몰아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휘뚜루마뚜루 기소해 이들은 최대 10년 넘는 형을 살았다.
과거사 정리가 한창이던 2000년대 들어 당사자나 유족들은 재심을 통해 한을 풀었지만 용공조작의 올가미를 풀지 못한 4명이 있었다.
노령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나고 유족들이 절차를 제대로 몰라 재심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당시 사건을 기소한 검찰이 직접 재심을 청구하는 등 결자해지에 나섰다. 검찰이 재심을 청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전주지검은 1960년대 전주지검 관내에서 벌어진 2건의 납북귀환어부 사건 중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지 않은 4명에 대해 관할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고 20일 밝혔다.
군산 대덕호 사건 노모씨 등 3명과 부안 위도 태영호 사건 박모 씨가 대상이다. 간첩으로 몰렸던 대덕호와 태영호 어부들은 모두 15명으로, 이중 11명과 유가족들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재심을 직접 청구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이 확인한 결과 무죄선고를 받지 못한 4명은 모두 세상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들 유가족에게 재심 청구 사실을 알렸다.
대덕호 사건은 1963년 6월 군산시 개야도에 살던 고 최만춘 씨 등 9명이 대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20t급 어선으로 조기와 갈치를 잡다가 북방한계선을 넘었고 10일 뒤에 귀환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6년 뒤 발각되면서 이들은 모두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최 씨 등이 반국가단체 지배 지역으로 탈출했고, 다시 한국에 잠입한 뒤 신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밀을 수집하고 북한을 찬양했다”면서 기소했다.
최 씨는 이듬해 3월 징역 10년을 선고받는 등 어부들은 각각 징역 3~7년형에 처해졌다. 이후 2012년 재심을 통해 최 씨 등 6명은 무죄가 확정됐지만 나머지 3명은 재심이 이뤄지지 않았다.
태영호 사건은 1968년 부안 위도의 강대광 씨 등 6명이 조업하다 납북됐다가 귀환 한뒤 간첩으로 몰린 사건이다.
지난 2008년 전주지법 정읍지원이 태영호 선주 강대광 씨(77)등 5명이 낸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고인이 된 박 씨만 재심을 신청하지 않았다.
검찰은 향후 재심과정에서 당시의 가혹행위나 불법구금에 대한 진술 등을 적극 고려해 엄격하게 증거를 판단하고,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증거도 적극 수집해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판에서 확인된 증거와 다른 유사 재심 사건의 법원 판결을 검토, 당사자들에게 맞는 무죄구형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도 갖고 있다. 국가배상 판결에 대해 상소할 경우 외부인사가 참여한 상소심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는 방침도 세워놨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대검의 방침이기도 하지만 고인이 된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과오를 스스로 책임지는, 진실된 검찰권을 행사하는 데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