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도시 거리예술 활발 / 전주한옥마을·격포해안도로 등 / 도내 대표관광지 상설공연 호응 / 작품 제작부터 섭외·홍보까지 / 공연단체 모든 과정 업무 과중 / 사업 지속 위해선 체계화 필요
전북이 거리 공연에 주목하고 있다. 도시재생과 관광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문화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주요 신규 사업으로 4개 지역에서 매주 거리 퍼레이드 ‘노상놀이’를 진행했고, 전주시는 ‘지붕 없는 공연장’사업을 통해 매주 주요 거점 10곳에서 야외 공연을 했다. 지역별로 조성된 주요 문화 거리에는 크고 작은 야외 공연이 매주 열리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방향성과 체계가 수립되지 않으면 공연 수준이 담보되지 못하거나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 여섯 차례에 걸쳐 국내·외 성공적으로 자리 잡거나 전북 현황과 비슷한 거리공연 현장을 찾아 전북 거리 공연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도시 브랜드 만드는 거리 공연
거리 공연은 공간과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민의 문화 접근성을 높여 삶을 풍요롭게 한다. 만족도 높은 볼거리는 사람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유입인구를 늘려 상권 활성화를 일으킨다.
세계 주요도시에서는 이미 거리 예술을 통해 도시 브랜드 구축과 경제효과 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거리 공연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는데, 거리에서 일상적으로 공연을 하거나 일정 기간에 집약해 축제로 선보이는 형태다.
광장 문화가 익숙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이미 거리 예술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됐다. 영국 런던의 ‘코벤트가든’, 미국 뉴욕 거리, 캐나다 캘거리의 ‘버스크스톱’,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등에서는 거리예술 관련 제도·법규를 만들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거리 공연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이나 프랑스의 ‘오리악국제거리축제’, ‘아비뇽 축제’ 등은 대표 문화관광산업이 됐다.
국내에서도 대학로를 중심으로 버스킹 문화가 발전해 현재는 특화거리 조성사업으로 만들어진 문화·예술 거리에서도 활발한 거리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비롯해 서울·광주·제주·통영·아산 등에서는 전문·아마추어 예술인이 모두 참여하는 거리공연 축제(프린지페스티벌)가 열리고 있다.
△전북 관광지·유휴공간에 공연 심기
전주 한옥마을, 고창읍성, 남원 예촌광장, 부안 격포해안도로 등 도내 대표 관광지에서는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상설 거리 공연이 진행됐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신규사업 ‘전라북도 거리극 축제-노상놀이’의 일환. 지역 문화자원의 공연화, 적극적인 관객 참여 유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역동성 살리기 등이 사업의 특징이었다.
(사)고창농악보존회가 고창읍성 일대에서 열었던 ‘모양대로 풍장허네’는 낮과 저녁에 열었던 타 지역 거리 공연과 달리 오전 11시에 진행했다. 관광버스를 빌려 오는 단체 방문객들이 도착하는 시간대를 고려한 것. 실제 약 한 시간가량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단체 관람객들이 꾸준히 도착해 주변을 둘러쌌다. 관람객 대부분이 유적 외 볼거리가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꼈고, 선운사·모양읍성·복분자·판소리 등 고창 명물을 이야기로 엮어 고창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부안에서 거리 공연을 펼쳤던 포스댄스컴퍼니는 유럽의 거리 인형극을 벤치마킹했다. 부안의 격포 개양할미 설화를 바탕으로 대형 개양할미 인형과 수호자들이 퍼레이드를 하며 관람객들에게 복을 나눠준다는 형식. 도로를 누비는 대형 인형은 관객의 시선을 모으는데 큰 몫을 했다. 화려하고 큰 안무와 물총 쏘기, 추억의 과자 나눠주기 등의 장치도 더해 관객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했다.
전주문화재단과 전주 내 문화의집 4곳이 주관한 ‘지붕 없는 공연장’ 사업은 약 7개월간 풍남문 광장 등 10개 거점에서 90여 회 진행됐다. 일주일에 삼일 정도는 거리만 나가도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참여 예술인은 대체로 1인 가창·연주, 소규모 밴드 등이 많았고, 장소별로 편차가 컸다. 전주역 앞 첫마중길, 풍남문광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과 달리 아중호수 수변공원 등은 10명 내외의 인근 주민이 자리를 지켰다.
△전북 거리 공연, ‘체계적인 밑그림’ 있나
전북 거리공연 사업은 의욕만 앞선 성급한 시작으로 잡음도 발생하고 있다. ‘노상놀이’와 ‘지붕 없는 공연장’ 사업 모두 주최·주관 기관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공연단체가 작품 제작·무대 세팅·홍보·섭외·출연 등 모든 관련 업무를 도맡았다. 지원 외에 관람객 수, 도시 활성화 등 성과 도출을 위한 일은 공연단체의 몫이었다.
‘지붕 없는 공연장’ 사업 역시 공연 모든 업무가 가중됐다. 심지어 문화의집과 거리 공연 출연자 모두 약 1년 간 무급으로 활동했다. 사업은 버스킹 문화 정착과 생활 문화 확산을 목표로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까지 대가 없는 열정에 기대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체계가 미비한 운영은 자연스럽게 공연 수준에 영향을 미쳤다. 평균 200여 팀을 섭외해야 했던 ‘지붕 없는 공연장’ 사업은 문화의집 또는 지역 민간단체가 공연팀 섭외를 맡다 보니 지역의 다양하고 새로운 팀을 발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출연 대상을 지역 전체로 열어 모으지 않으니 인력풀은 제한됐고 무대 출연 제의를 받지 못한 지역 예술인과 참신한 공연을 기대한 관객에게 불만을 샀다.
철저한 준비 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공연은 수준이 담보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붕없는 공연장’ 무대가 열린 전주 첫마중길 인근 주민은 “초창기에는 지나다니면서 몇 번 봤는데, 점점 공연 방식이 비슷한 것 같아 안 보게 됐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과 시·군 관계자 모두 거리에서 예술을 감상한다는 취지에 긍정적이었지만 탄탄한 밑그림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단발성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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