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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3)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③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백제는 동, 서, 남, 북, 중의 5부(部)로 구분되었으며 부(部)는 곧 방(方)이다. 5방에 37군, 200개 성을 보유했고 본국의 호구는 76만호에 주민 620만의 대국(大國)이다. 당시의 대륙에서 패권을 쥐었던 수(隋)가 대륙 전체를 통일한 전성기 때의 인구가 890만호, 4천6백만 정도였으니 대백제(大百濟)는 본국의 인구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더구나 대륙에 담로(檐魯)라고 부르는 영토를 보유한 상황이다. 5부, 즉 5방(方)에는 각각 방령(方領)을 두었으며 2등급 품위인 달솔(達率)이 맡았다. 각 방에는 10개 정도의 군(郡)이 소속되었는데 군장(郡將)은 4품 위인 덕솔(德率)이다. 또한 방에는 방좌(方佐)가 방령을 보좌했고 군에서는 도사(道使)가 군장을 보좌한다. 백제 관등은 16관등이며 중앙관서는 내관 12부와 외관 12부로 나뉘어져 있다. 계백은 지방의 남방 방령인 달솔 윤충이 지휘하고 있는 42개 성주중 하나인 것이다.

 

“주인, 연남군이 이곳보다 나았습니다.”

 

아침상을 앞에 놓으면서 덕조가 투덜거렸다. 세다리 소반에는 조밥 한그릇과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말려 놓았다가 더운 물에 불린 산채 한접시가 차려졌다. 잠자코 수저를 드는 계백에게 앞에 앉은 덕조가 말을 이었다.

 

“연남군에서는 7품 장덕이었지만 1천5백 기마군을 이끌었고 숙소에는 하녀가 셋에 하인 다섯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식사는 산해진미는 아니더라도…”

 

“시끄럽다.”

 

씹던 것을 삼킨 계백이 덕조를 노려보았다.

 

“이놈, 하녀는 네가 다 건드렸지 않으냐? 내가 모르고 있었는 줄 아느냐?”

 

“아니, 그것은…”

 

덕조의 검은 얼굴이 더 검어졌다. 덕조는 35세, 조부 때부터 계백 가문을 모신 씨종이다. 계백 가문은 대륙 우측에 위치한 백제령 담로 연남군에 뿌리를 내린 호족이다. 계백의 부친은 연남군의 태수 보좌역인 방좌를 지냈으며 조부는 3급품인 은솔(恩率)로 좌장군이었다. 덕조는 계백을 어릴적부터 보살핀 큰형같은 존재인 것이다. 정색한 덕조가 몸을 세우더니 계백을 보았다.

 

“주인, 군사들 말을 들었더니 마을에 혼자 있는 여자가 많답니다. 하녀 셋 쯤 구하는 건 어렵지 않다는데요.”

 

“안된다.”

 

“지난 성주는 식구가 다섯에다 데려온 종이 여덟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거기에다 가끔 마을에서 여자들을 불러 일을 시켰다는데요.”

 

“그러다가 사공부(司空部) 감찰에 적발되어서 나솔에서 시덕(施德)으로 2등급이나 강등되어서 도성으로 돌아갔지 않으냐?”

 

“주인께서 하녀 구하시는건 해당이 안됩니다. 오히려 먹고 살길이 막막한 여자들을 도와주는 것이 됩니다.”

 

“안된다.”

 

“주인께서도 여자가 필요하시오.”

 

마침내 덕조가 본색을 드러내었다.

 

“본국에 오신지 넉달이나 되셨는데 한번도 여자를 안지 않으셨소.”

 

“안지 않으면 병이 나느냐?”

 

수저를 내려놓은 계백이 덕조를 보았다. 시선을 받은 덕조가 숨을 들이켰다. 계백의 눈동자가 흐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먼곳을 보는 것 같다. 어깨를 웅크린 덕조가 두손으로 방바닥을 짚었다.

 

“주인, 말을 함부로 내놓았습니다. 때려주십시오.”

 

“아니다.”

 

계백이 똑바로 덕조를 보았다.

 

“나는 항상 너한테서 배운다. 그래, 마을에서 하녀를 구해오너라. 의식주를 이곳에서 해결시키는 것이 성주가 해줄 일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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