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0 05:16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학·출판
일반기사

각수장이를 꿈꾸는 열 두살 소년 성장이야기

장은영 동화작가 신작 〈책 깎는 소년〉 / 1800년대 말 전주 서계서포·남부시장 배경 / 완판본 통한 책의 가치·삶의 선택 그려내

 

방각본은 민간에서 판매를 위해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낸 책을 말한다. 방각본은 발간되는 지역마다 그 판본의 이름을 달리해 성행하게 되었고, 책은 백성들의 삶 속에 파고들었다. 1803년부터 1937년까지 130여 년 동안 전주에서는 50여 종류의 고소설이 발간됐다. 이 책들은 전주 남부시장과 천변 길목에 자리한 전국 최고 수준의 서포거리에서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장은영 동화작가의 신작 <책 깎는 소년> 은 우리의 우수한 기록 문화와 완판본을 완성해가는 각수장이 이야기를 그렸다. 그 속에서 열두 살 소년이 역경을 이겨내고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에는 각수장이가 되고 싶은 ‘봉운이’와 ‘장호’가 등장한다. 둘은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결국 ‘봉운이’는 동생 ‘봉이’가 부르는 판소리 춘향가를 듣고, 이 가사를 옮겨 적어 84장으로 된 방각본 한글 소설 <열녀춘향수절가> 를 만들어낸다. 책 속에 사람을 담고 싶은 ‘봉운이’의 선택은 꿈으로 이어졌고, 책을 팔아 돈을 벌고 싶은 ‘장호’의 선택은 꿈에서 한없이 멀어졌다. 이밖에 ‘봉운이’가 느끼는 새어머니와 여동생에 대한 애틋한 사랑, 아버지에 대한 애증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봉운이’와 ‘장호’를 통해서는 꿈의 의미를, 조상들의 책을 만드는 과정과 태도를 통해서는 책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실제 전주를 대표했던 서점이자 출판사인 서계서포와 남밖장(현재의 남부시장)을 배경으로 1800년대 말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되살렸다. 다양한 한지와 음식 등 전주 고유의 특징,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가 읽는 맛을 더한다.

 

장 작가는 우연히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 를 읽은 뒤 그 매력에 빠졌고 궁금한 점이 많아졌다고 한다. ‘완판본이 뭐지?’ ‘각수가 새겼다는데 각수는 어떤 사람이지?’ ‘어떻게 새겼을까?’ ‘그 시절의 사람들도 나처럼 이 책을 좋아했을까?’ 등등. 그 길로 완판본을 연구하는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이태영 교수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이 교수가 보여준 사진에는 각수 ‘박이력’, ‘서봉운’이라는 이름이 찍혀 있었다. 이때 장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동화로 써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전주한옥마을에서 열리는 전통판각 강좌를 통해 각수가 책판을 새기는 과정을 알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각수의 삶에 대한 밑그림 그렸다.

 

장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선택’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황을 만납니다. 우리가 하는 선택에 따라 우리 삶의 방향도 결정되지요. 그 길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우리 아이들이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선택을 하면 좋겠습니다.”

 

장은영 동화작가는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었다. 그러다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동화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을 배달하는 아이> , <네 멋대로 부대찌개> (공저)가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