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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르네상스 꿈꾸는 청년들] ⑤박상린 익산 청년드림협동조합 대표 - 잘나가던 의상디자이너, 이젠 '청년 자립' 디자인

"친구들과 약속했죠. 1억 모아 창업해 우리같은 청년 돕자" / 수익 내는 조합 설립, 카페 거점 문화활동·전통시장 활성화 기획 / "청년포럼단 통해 중앙정책의 지역화·문화 확대 집중할 것"

▲ 박상린 익산 청년드림협동조합 대표(왼쪽)와 조합원인 오은수씨.

마치 모델 같은 청년 두 명이 전북일보사를 찾아왔다. 인터뷰를 약속한 박상린(31) 익산 청년드림협동조합 대표와 조합원인 오은수(26) 씨다. 전북대 의상학과를 졸업한 박상린 대표는 서울은 물론 유럽권 패션위크까지 진출했던 브랜드의 의상 디자이너 출신. 몸에 딱 맞는 슈트에 넥타이와 조끼, 광나는 구두. 색을 맞춘 명품 서류가방까지 그다웠다. 서울에서 잘 나가던 그가 스물아홉에 익산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친구들과 약속했거든요. 1억을 모으면 익산으로 내려오자. 모은 돈으로 청년 창업을 하고 우리와 같은 친구들의 수익이 뒷받침된 자립을 돕자. 디자이너 생활은 화려하고 매력적이었지만 그 당시 꿈꾸던 목적을 뛰어넘지 못했죠. 그래서 온 거예요.”

 

스물다섯에 익산의 한 문화공간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났다. 의상, 문학, 건축, 커피 등 관심 분야는 달랐지만 ‘창업과 이를 통한 익산 청년 일자리 창출’이란 목표는 같았다. 개별 활동을 통해 돈을 모은 이들 5명은 스물아홉에 다시 익산에서 만났다. 2016년 박 씨를 중심으로 한 ‘익산 청년드림협동조합’이 설립됐다.

 

협동조합은 가장 먼저 ‘카페 미술관’을 차렸다. 원하는 활동을 위해선 거점공간이 필요했다. 공간은 개별 조합원이 하고 싶은 것들로 채워졌다. 커피에 관심 많던 친구는 카페 운영에 집중했고, 의상과 다양한 예술장르를 결합하고 싶었던 박 대표는 카페에서 지역 미술인 작품을 의상에 반영한 기획전시 등을 열었다. 또 지역 미술인과 연계를 맺기 위해 카페에서 이들의 작품을 전시·판매했다. 나머지 조합원들은 개인 공부·작업을 하면서 조합 업무를 도왔다.

 

▲ 지역 미술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카페 미술관.

‘핼러윈 세계문화축제’, ‘외국인 예술인전’ 등 익산 젊은 친구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행사도 마련했다. 박 대표는 “주위 친구들을 보면 특별한 기념일에 무조건 술만 마시는 게 아쉬웠다”며, “젊은 에너지를 좀 더 재밌고 건전하게 발산할 놀 거리, 새로운 사람과 만날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1년간 정신없이 위시리스트를 완료한 후 2017년, 박 씨를 제외한 조합 이사 4명이 바뀌었다. 협동조합 경험을 토대로 독립하거나 더 깊은 공부를 위해 진학했다.

 

“결성할 때부터 예정된 일이었어요. 애초에 고정적인 협동조합을 만드는 게 아니라 조합원들이 여길 발판 삼아 안정적으로 독립하는 것, 또 그 자리엔 새로운 청년이 들어와 경험을 쌓고 독립 토대를 만드는 게 더 좋겠다고 이야기했었죠.”

 

오은수 씨를 비롯한 새 조합원들이 들어오면서 조직과 업무는 더 구체화, 전문화됐다. 문화·상업 등 콘텐츠 기획과 디자인, 익산 청년들과의 네트워크가 강점. 2017년 하반기에는 익산 매일·중앙·서동시장 등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 참여해 고고장, 귀신의집, 청년 공방 등을 기획하고 야시장 총괄 운영을 했다. 인테리어, 간판 디자인 등 전반적인 분위기도 젊게 꾸미고 시장에 입점할 청년들을 연계했다.

▲ 지난해 12월 익산시의원을 초대해 지역 청년들과 ‘도시재생을 위한 분야별 청년들의 참여방안’을 주제로 이야기했던 ‘제4회 청년포럼’모습.

박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청년포럼단’도 구성했다. 그는 “청년도, 정책도 변해야 터전이 변한다는 것은 이미 수도권에서 익숙한 화두”라며, “익산도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 정부의 정책이 전북, 익산까지 내려와서 과연 ‘익산다운 정책’이 되느냐가 관건이죠. 예를 들어 뉴딜일자리정책의 경우 서울은 파트타임, 풀타임, 청년, 여성, 노인 등으로 상세하게 나뉘는데 익산은 기준이 없어요. 업무 시간이 풀타임밖에 없다보니 조절해서 자기 계발·개인 업무를 할 수가 없고요. 결국 청년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둘 중 하나를 포기하게 만드는 거예요.”

 

20·30대 15명으로 구성된 ‘청년포럼단’은 2주에 한 번씩 모여 도시재생, 청년 복지·창업, 여성과 문화 등에 대해 공부하고 매달 한 번 정책가를 초청해 포럼을 연다. “젊은 친구들이 익산은 정보를 빨리 얻고 나누는 공론장이 없다고 하소연해요. 이제 시작이지만 익산 청년의 의견을 모으는 허브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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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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