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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36) 2장 대야성 ⑮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고산성에서 돌아온 계백은 전택과 4명의 농민 차림의 사내를 대동했는데 그들이 바로 신라에 파견될 백제 연락역이다. 바로 첩자인 것이다. 15품 진무와 16품 극우에서 선발된 하급 무장이었지만 중책을 맡은 터라 모두 긴장하고 있다. 그들을 청으로 데려가지도 못하고 사택으로 데려온 계백이 마룻방에 모아놓고 말했다.

 

“대야성 함락은 그대들에게 달렸다. 그대들의 목숨이 결코 헛되게 버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때 진무 하나가 물었다.

 

“나솔, 소인이 진무를 단지 3년이오. 이번 일이 성사되면 무독까지는 되겠지요?”

 

무독은 14품이니 2계단 오를 것이다.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이런 욕심이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동력이다. 공(功)에 대한 욕심이 없는 자는 많을 수가 없다.

 

“내가 13품 문독까지는 보장한다.”

 

“어이구, 살아서 문독이 되어야 할텐데요.”

 

20대 중반쯤의 진무가 따라 웃으며 말했을 때 계백이 대답했다.

 

“그대가 죽으면 처자식이 그 보상을 받으리라.”

 

듣고만 있던 전택이 입을 열었다.

 

“나솔, 다음달 보름이면 20여일이 남았소. 서둘러야 될 것입니다.”

 

“그대의 책임이 크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

 

“대야성의 대아찬에게 연락을 해야 될 것이고 대야성까지의 길 안내를 해야 될테니까.”

 

“나도 목숨을 내놓았소.”

 

전택의 얼굴에도 쓴웃음이 떠올랐다.

 

“승자(勝者)의 세상이요, 승자로 죽으면 이름이라도 아름답게 남을 테니까 말씀이오.”

 

전택은 삼현성에서 대야성까지의 길 안내를 맡은 것이다. 제각기 농민 차림을 한 다섯명이 사택을 나갔을 때는 오후 유시(6시)무렵이다. 그들은 밤을 세워서 삼현성으로 간 후에 다시 전택은 진궁에게 붙여줄 둘을 데리고 대야성까지 가야만 한다. 그들을 배웅하고 돌아온 계백이 마룻방으로 들어섰을 때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몸을 돌린 계백이 문 앞에 서 있는 고화를 보았다.

 

시선을 받은 고화가 입을 열었다.

 

“언제 떠나십니까?”

 

“무슨 말인가?”

 

“신라땅으로 말씀입니다.”

 

“준비가 되면 떠나야지.”

 

그때 고화가 한발짝 다가섰다.

 

“아버지를 만나시겠지요?”

 

“당연하지. 내가 그대 아버님의 도움을 받는 입장이니까.”

 

“제가 급벌찬한테서 다 들었습니다.”

 

고화가 똑바로 계백을 보았다. 물기에 젖은 두눈이 반짝이고 있다.

 

“아버지를 만나면 제 편지를 전해드릴 수 있습니까?”

 

“전해주지.”

 

계백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전해주겠다.”

 

“그럼 떠나시기 전에 편지를 드리겠습니다.”

 

“그러지. 그리고 이번 일이 성공하면 네 부친은 가야국 호족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게 되실 것이다.”

 

고화가 시선을 내린채 입을 다물었지만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벼슬의 높고 낮음을 따지는 것이 아니야. 네 부친은 정당한 권리를 찾으시려는 것이니까.”

 

“……”

 

“너를 종으로 산 인연으로 일이 이렇게 엮였지만 아직 마음이 놓이지는 않아.”

 

“……”

 

“네 부친이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지도 아직 알 수가 없으니까.”

 

계백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래서 나도 최소한의 병력으로 네 부친한테 가는 거야. 네 부친한테 내 목숨을 맡기고 가는 셈이다.”

 

고화가 머리를 들었지만 계백은 몸을 돌린 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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