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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연극계 '미투' 또…"5년간 나를 잃었다"

연극배우 “2012년 극단 대표가 성폭행” 폭로
강제로 모텔 데려가…탈퇴하자 배신자 낙인
“자해·정신과 치료·술…사과·처벌 강력 요구”

▲ 6일 연극배우 A씨가 성폭력예방치료센터에서 2012년 극단 대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현욱 수습기자
▲ 6일 연극배우 A씨가 성폭력예방치료센터에서 2012년 극단 대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현욱 수습기자

 

“극단 대표에게 당한 성폭행으로 자해와 술, 정신과 치료를 반복했습니다. 지난 5년은 나를 잃었던 날들이었습니다.”

미투 운동이 전북 연극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성폭력 피해 고백이 나왔다.

연극배우 A씨가 6년 만에 과거 몸담았던 극단 대표의 성폭행 사실을 폭로했다. 6일 전주 성폭력예방치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A씨는 2012년 12월 5일, 당시 소속했던 극단의 B 대표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전북 연극계에서만 벌써 세 번째 가해자가 지목됐다.

A씨에 따르면 당일 극단 술자리가 있었다. 자리가 끝난 뒤 혼자 택시를 타고 가려던 A씨를 B 대표가 데려다준다며 잡았다. A씨는 “B 대표가 수차례 거절하는 나와 함께 택시를 탄 뒤 집까지 따라가 내렸다”며 “극단 이야기를 핑계로 집에서 한 잔 더 하자며 한사코 거부하는 내 손목을 끌고 집 앞까지 갔다”고 말했다.

‘집만은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결국 다시 함께 택시를 탔다. ‘조용한 곳에서 해야 할 극단 이야기’라며 다그치는 대표를 차마 거역할 수 없었다고 했다. 도착한 곳은 모텔이었다.

A씨는 “처음엔 극단 이야기를 하는 듯하더니 몸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강하게 저항했지만 일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그는 처음부터 성폭행할 생각이었다”고 울먹였다.

그는 “B 대표는 모텔을 나가면서 ‘모텔비가 아까우니 너 혼자라도 자고 가라’는 말을 남겼다. 사과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의 충격으로 극단을 탈퇴한 A씨에게 돌아온 건 B 대표의 반성·책임이 아닌 ‘키워준 극단을 버린 배신자’라는 낙인이었다. A씨는 “B 대표가 단원들에게 ‘공연을 앞두고 그만두는 책임감 없는 애들은 갈아치워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며 “비난의 화살이 나에게 오더라도 참고 견디며 도망쳐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그때부터 A씨의 고통은 더해졌다. 그는 “손목에 5년간 자책해온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정신과 치료도 받았고, 깨어있는 게 괴로워 술에 의존하며 살았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이 망가지는 동안 여전히 가해자는 지역 연극계의 존경받는 선배로서, 연출가로서, 지역 유망 극단의 대표로서 권력을 이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괴로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가해자가 최근 ‘미투 운동’이 불거지면서 본인에 대한 소문이 돌자 결백을 주장했다고 들었고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며 “공개적인 사과와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사실관계는 다를 수 있지만 당사자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연극계에서 쌓은 지위나 권력을 이용해 좌지우지 하지는 않았다. 또 시간이 지나서도 사과 문자를 남겼고, 정식으로 사과하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피해자가 원한다면 공개사과를 하고 소속 극단도 모두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B씨가 대표로 있는 극단은 6일 전북연극협회에 B씨에 대한 제명을 요청한 상태다. B씨에 대한 제명 여부는 8일 전북연극협회 임시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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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metoo
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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