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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48) 3장 백제의 혼(魂) ⑦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유시(오후 6시) 무렵이 되었을 때 서문 수문장 여준에게 진궁이 찾아왔다. 진궁은 미복 차림으로 뒤에 장춘이 따르고 있다. 여준은 저녁을 먹으려고 마악 서문을 떠나려는 참이었다.

“나마, 왔어.”

대뜸 말한 진궁이 바짝 다가섰다. 긴장한 여준이 눈만 깜빡였고 진궁이 말을 이었다.

“3백기네, 지금 성밖 건지산 기슭에 있네. 모두 신라 기마군 차림이야.”

“그럼 술시가 조금 넘어서 들어오라고 하지요.”

여준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신라군 차림이라도 표시가 날지 모르니 어두울 때가 좋습니다. 그리고 삼현성의 교대 병력 행세를 하라고 이르십시오.”

“알겠네. 지금 장춘을 보내지.”

그러고보니 장춘의 뒤에 사내 하나가 서있다. 진궁이 말을 이었다.

“기마군 3백기를 내 폐마장에 넣고 내일 저녁까지 숨겨 두었다가 밤에 서문을 탈취하겠네.”

“하루를 기다려야겠습니다.”

머리를 끄덕인 여준이 길게 숨을 뱉었다. 상황을 짐작한 것이다.

“성안에 기마군만 5천기가 넘습니다. 그럼 내일 저녁에는 선봉군이 옵니까?”

“밤에 올거네.”

진궁이 말하고는 장춘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장춘과 사내가 몸을 돌렸다.

밤 술시(8시)가 조금 지났을 때 서문 성루에 서있던 군사 둘이 소리쳤다.

“기마군이 옵니다!”

주위는 어두워서 성루에 드문드문 횃불을 켜놓았다. 성루 뒤쪽에 있던 수문장 여준이 다가가며 말했다.

“삼현성에서 교대병력을 보낸다는 전통을 받았다. 3백기가 신시(오후 4시) 무렵에 도착한다더니 늦구나.”

그때 선두의 기마군이 성벽 아래에서 멈춰서더니 성루를 올려다 보면서 소리쳤다.

“우리는 삼현성에서 오는 교대병력이오! 주성(州城)에 전통이 갔을 것이오!”

성루로 서문 수비군이 몰려와 성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성벽은 20자(6m) 높이로 돌로 쌓았고 두께는 10자(3m)다. 성벽 위에서 군사들이 석벽 사이로 난 틈으로 활을 쏘면 다 맞는다. 그때 여준이 소리쳤다.

“전통에 삼현성 보군대장 급벌찬 전택님이 병력을 인솔하신다고 했다. 급벌찬이 오셨는가?”

“내가 전택이네.”

기마군 사이로 무장이 나서더니 소리쳐 대답했다.

“오다가 예비마가 몇마리 다치는 바람에 늦었네. 여기 증표 있으니 보시게!”

무장이 품에서 증표를 꺼내 흔들었다.

“성문을 열어라!”

이만하면 철저히 검문을 한 셈이다. 다른 때 같으면 전통받은 것만으로도 묻지도 않고 성문을 열었을 것이다. 여준이 소리치자 곧 육중한 성문을 10여명의 군사가 달려들어 좌우로 벌렸다. 성문이 둔중한 소음을 내면서 열린다. 통나무에 철을 씌운 문이어서 두께가 2자(60cm)나 된다. 이윽고 성문이 열리자 기마군이 쏟아져 들어왔다. 여준이 성루 아래로 내려가자 전택이 다가왔다. 둘은 같은 가야족 호족으로 안면이 있다. 말에서 내린 전택에게 여준이 낮게 말했다.

“저쪽 나무 밑에서 대아찬님이 기다리고 계시오.”

“고맙네. 나마.”

“내일 저녁에 다시 보십시다.”

“우리가 가야를 다시 찾는 것이야.”

전택이 잇사이로 말하자 여준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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