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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51) 3장 백제의 혼(魂) ⑩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그러나 김품석도 위기감을 느끼고는 전군(全軍)에 동원령을 내렸다. 대야성 안에는 기마군 5천5백에 보군 8천여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성벽이 높고 단단해서 난공불락이다. 가야국의 왕성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백년간 수십번 공격을 받았지만 한번도 함락된 적이 없는 거성(巨城)이다.

 

“성문을 모두 닫고 동문의 쪽문으로만 통행을 시켜라!”

 

김품석이 비상시에 대비한 명령을 내렸다. 전시(戰時) 체제로 운영을 하는 것이다. 무장과 관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청 안은 활기에 찼다. 김품석이 다시 전령장교를 불러 지시했다.

 

“동경성의 이찬 대감께 갈 전령을 대기시켜라! 내가 편지를 쓰겠다!”

 

이찬 대감은 김춘추를 말한다. 이미 왕성의 여왕에게는 급보를 올렸지만 장인 김춘추에게도 상황을 전하려는 것이다.

 

그 시간에 폐마장의 마구간에서 계백이 무장들과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있다. 진궁과 전택까지 끼었고 모두 신라 무장 차림이다. 화청이 판자 틈 사이로 밖을 내다보면서 말했다.

 

“미시(오후2시)쯤 되었으니 앞으로 두어 시진이 지나면 어두워질 것이오.”

 

“그때까지 발각되면 안되오.”

 

전택이 거들었다. 3백명의 군사는 모두 훈련이 잘 된 정예다. 폐마장의 마구간이 부서졌지만 커서 모두 은신을 했고 둘씩 셋씩 요소에 숨어 경계를 했다. 날이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때 계백이 입을 열었다.

 

“선봉군이 어디쯤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술시가 되면 성문을 탈취한다.”

 

주위가 조용해졌고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목표는 북문, 먼저 선발대 1백명을 나와 대아찬이 이끌고 북문으로 다가가 수문장 이하 경비병을 베어 죽이고 점령한다.”

 

이미 선발대 병력도 구분시켜 놓은 것이다.

 

“바로 뒤를 따라서 장덕 화청이 이끈 1백명이 근처 민가에 불을 지른다. 주민 피해는 될 수 있는 한 줄이도록.”

 

계백의 시선이 장덕 해준에게로 옮겨졌다.

 

“그대는 급벌찬 전택과 함께 1백명을 이끌고 연락과 지원을 맡으라.”

 

위치는 맨 후방이 아니라 최전선이 된다. 불길을 보고 달려오는 신라군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계백이 좌우를 둘러보며 말을 맺었다.

 

“불을 지르고 나면 모두 성문 주위에서 아군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성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화광이 충천한 북문에서 기다리는 것이다. 신라군은 불길을 피해 옆쪽 서문으로 나와 북문의 앞쪽에서도 공격해 올 것이었다. 그것도 막아야 한다. 무장들이 모두 떠났을 때 마구간에는 계백과 진궁 둘이 남았다. 그때 계백이 저고리 안에서 가죽으로 감싼 편지를 꺼내 진궁에게 내밀었다.

 

“편지를 이제야 드립니다.”

 

“고맙소.”

 

바로 받아든 진궁이 편지를 펴더니 마구간의 떼어진 기둥 틈으로 들어온 빛에 대고 읽었다.

 

이윽고 읽기를 마친 진궁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받아들여 주셔서 고맙소.”

 

“제가 죽어도 고화는 성주이며 나솔 부인의 대우를 받을 것입니다.”

 

“이제 나는 여한이 없소.”

 

“살아 남으셔서 가야인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 것을 보셔야지요.”

 

“이만하면 되었소.”

 

진궁이 손을 뻗쳐 계백의 손을 쥐었다.

 

“내가 이제야 사위를 보게 되었구려.”

 

“장인어른과 함께 사지(死地)로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둘이 마주보았고 동시에 허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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