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힘들다더니 웃으면서 술 먹네" "너무 나대는 것 아냐"] '미투' 피해자는 두번 웁니다

신상털기·거짓 의혹 등 또 다른 가해… 증언자 속앓이

 

전북에서 성폭력 고발을 한 피해자 및 증언자들이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미투 정신’을 퇴색시키는 잇따른 부작용에 국민의 인식변화, 구조적인 변화 모색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명·얼굴을 공개한 발언자들은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빗발치는 불특정 다수의 연락과 알아보는 시선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전북에서 처음으로 ‘미투’ 발언을 했던 송원 씨는 “집 앞에서 맥주 한 잔을 마셔도 ‘힘들다더니 웃으면서 술 먹네’라는 주변의 시선과 발언에 힘들다. 다른 피해자들도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데 업계에서 껄끄러워 해 복귀를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익명으로 ‘미투’에 동참했던 피해자들도 속앓이는 마찬가지다. 신상 털기와 거짓 의혹이 일고 공개적으로 나서길 요구 받는다.

‘미투’를 했다는 이유로 일상이 무너진 것도 아픔이지만 오롯이 피해자가 가해자의 악행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도 어려움이다. 주변의 호기심어린 관심과 연락, 일각에서 나오는 추측과 비난은 역시 또 다른 상처다.

성폭력 파문을 일으킨 전주대 A교수의 부당 행위를 폭로했던 오민우 씨는 “제발 피해자가 누군지 물어보지 말아 달라. ‘나댄다’, ‘스승의 은혜를 모른다’는 등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송원 씨는 “또 다른 피해자를 요구하거나 저의 고발을 빌어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는 연락이 많다.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절차대로 처벌을 받으면 되는데 발언한 나에게 처벌, 해결까지 요구한다. 나 역시 가해자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차 피해로 인한 ‘미투 운동’의 위축을 막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일상적으로 부조리를 고발하고 개선할 수 있는 구조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권지현 성폭력예방치료센터장은 “강제가 아닌 한 가십성 관심을 막기는 힘들다. 결국 시민의식을 끌어올리는 게 답이다. 공격보다는 공감이 필요하고, ‘미투’를 특권이 아닌 정당한 권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개인의 폭로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사회구조 변화 모색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상시화된 법률구제시스템 등 법적·제도적 보완은 필수다. 언론 보도도 정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C 씨는 “개인의 폭로에만 관심 갖는 일부 보도는 근본적인 ‘미투 정신’에 어긋난다”며 “ ‘성폭력’의 근본 원인인 ‘권위주의, 남성 우월주의’ 등 제도·구조의 개선과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끄는데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현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김제김제시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 ‘파란불’

금융·증권미 증시 덮친 'AI 거품' 공포…한국·일본 증시에도 옮겨붙어

문화일반세대와 기록이 잇는 마을…부안 상서면 ‘우덕문화축제’ 7일 개최

법원·검찰장애인 속여 배달 노예로 만든 20대 남녀⋯항소심서도 ‘실형’

익산10월 익산 소비 촉진 정책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