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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63) 4장 풍운의 3국(三國) ①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내성 안으로 다시 한무리의 신라군이 몰려 들어왔다. 대야군주 김품석의 옷을 창끝에 매달아 성문 앞에 걸어 놓았지만 분을 참지 못하고 쳐들어오는 무리다.

 

“막아라!”

 

이제는 진궁이 백제군 부대를 지휘한다. 앞장선 진궁이 칼을 휘두르며 마당으로 달려 나갔고 뒤를 군사 수십명이 함성을 지르며 따른다.

 

“나솔! 한솔이 이곳으로 오시고 있소!”

 

전령한테서 보고를 받은 화청이 소리쳤다. 화청은 온 몸에 피칠을 해서 모습이 끔찍했다. 그러나 상처는 없다.

 

“전령이 오면서 보았는데 신라군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답니다!”

 

주장(主將)을 잃은 군사는 흩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화청이 칼을 지팡이처럼 짚고 서서 웃었다.

 

“3천 군사로 대야성을 함락시킨 것 같소. 모두 나솔의 공이요!”

 

“내 공이 아니야! 나는 앞장만 섰을 뿐이다!”

 

“대야군주 김품석을 벤 공이 1등 공이요!”

 

그때 청으로 군사 하나가 뛰어 들어왔다.

 

“나솔! 대아찬이 살에 맞았소!”

 

“무엇이!”

 

놀란 계백이 마당으로 뛰어 내렸을때 군사 셋이 진궁을 메고 들어왔다. 계백과 화청이 달려가자 군사들이 진궁을 마당에 내려 놓았다. 마당 구석에 피워놓은 모닥불에 진궁의 모습이 드러났다.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지만 상대방의 피가 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궁의 가슴 깊숙하게 화살이 박혀져 있다. 본인이 화살을 부러뜨려 절반만 남아 있었어도 가슴 깊숙히 박혀져 있다.

 

“대아찬!”

 

계백이 진궁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상반신을 부축했다.

 

“대아찬! 살을 빼면 되겠습니다!”

 

소리쳤지만 전장을 많이 겪은 계백은 이것이 치명상인 것을 알았다. 진궁이 피가 뿌려진 얼굴을 펴고 웃었다.

 

“나솔, 힘껏 싸우고 죽소.”

 

“대아찬!”

 

“나솔, 나를 다르게 불러줄 수 없소?”

 

“장인어른.”

 

순간 화청이 숨을 들이켜더니 곧 머리를 끄덕였다. 화청도 진궁과의 사연을 아는 것이다. 계백이 진궁의 입가로 흘러나온 피를 손끝으로 닦으며 다시 불렀다.

 

“장인어른, 이렇게 모시게 되어서 죄송하오.”

 

“나솔, 내 딸을 부탁하네.”

 

“염려하지 마시고 떠나시지요.”

 

“사위, 자네를 믿네.”

 

“아버님.”

 

계백이 진궁의 머리를 두팔로 감아안고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아버님, 극락으로 가시오.”

 

“내가 안심하고 가네.”

 

“고화를 아끼고 살겠습니다.”

 

“고맙네.”

 

또렷하게 말한 진궁이 계백을 향해 웃어 보이고는 눈을 감았다. 그때 함성이 울리면서 외침 소리가 들렸다.

 

“선봉군이 진입했다!”

 

“들으셨소?”

 

계백이 소리치듯 진궁에게 묻더니 몸을 마당에 내려놓았다.

 

“나솔! 어디 있는가?”

 

협반의 목소리가 울렸고 계백이 소리쳤다.

 

“여기 있소!”

 

“만세! 만세!”

 

함성이 울리면서 협반이 마당으로 뛰쳐 들어왔는데 온몸에서 활기가 넘치고 있다.

 

“나솔! 신라군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어!”

 

협반이 소리치다가 땅바닥에 눕혀진 진궁을 보더니 주춤했다.

 

“대아찬 아닌가?”

 

“네, 내 장인어른이 가셨소.”

 

계백이 소리쳐 대답했다. 진궁이 들으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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