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향기 쫓아 질척이는 길
밤을 낮 삼아 낮을 안주삼아
끈적이던 불나방
기나긴 타오르는 몸부림
사방 트인 음습한 골짜기 지나
뼈 속 깊이 통풍으로 들어앉아
짓궂은 흐린 날엔
바람난 골수 구멍 숭덩숭덩 지나
낮은 저음 휘파람 소리로
욱신욱신 육자배기로
이리저리 뒤척이는 몸
연신 잠 이루지 못하고
빨판 거머리로 달라붙은 술의 기운
애먼 푸른 핏줄 깊숙이 낚아
맨입으로 나갈 수 없다며
갈팡질팡 튀는 음정
갈지자 권주가로 흥정한다.
△술이 무엇일까? 물속에 들어있는 불이다. 불을 보고 덤비는 불나방도 있겠고, 타오르는 골짜기도 있겠다. 핏줄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불이 빨판 거머리처럼 몸을 들쑤시고 다닌다. 이 불을 뼛속 깊이 들어 앉혀 놓으면 흐린 날엔 뼈 피리가 육자배기 가락을 쏟아낸다. 오늘 음정이 튀고 걸음이 비틀거려도 향기를 좇아 다시 권주가를 부른다. 술을 사랑하는 세상의 모든 시인이여 건필하시라. <김제 김영 시인>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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