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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의 멋, 소박한 멋…'지호공예' 매력 속으로

박갑순 한지 공예전, 도립미술관 서울관

▲ 박갑순 작품 ‘호랑이 베개’ · ‘소래기’

한지 공예 중 가장 힘든 작업이 지호(紙糊)공예라고 한다. 한지를 여러 겹 붙이거나 물에 찌고 풀을 섞은 한지로 골격을 만드는 지호 공예는 한 작품을 만들려면 수 천 번 넘게 한지를 결대로 찢고 또 찢어야 한다. 어느 정도 양이 채워지면 물에 풀고 시루에 쪄서 풀을 섞어 치대야 하는 것까지가 고작 재료 준비과정이다.

이로 차분히 골격을 만들고 나면 위에 한지를 얇게 한 꺼풀 바르고 마르길 기다렸다가 또 한 꺼풀 바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작품이라도 완성하기까지 최소 한 달 반이 걸리는, 인내의 작업이 지호 공예다.

기법과 형태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랜 공이 깃든 지호 공예를 감상하는 전시가 열린다.

박갑순 한지 공예가의 두 번째 개인전 ‘한지, 꿈을 만들다Ⅱ’가 18일부터 24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박 작가는 “색지공예에 빠져 있었는데 우연히 천연염색 특강에서 붉은 색으로 물들인 닥죽으로 단지를 만들었다. 그때 고운 붉은 빛과 소담한 형태가 맘에 들어 처음으로 지호작업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시대에는 지호 공예로 만든 생활용품이 널리 쓰였다고 한다. 그릇이 귀했기 때문이다. 가벼워서 새참 등을 나를 때 쓰거나 부드러워 아기 베개로 쓰기도 했고, 소리가 작아 새색시의 종이요강으로도 쓰였다. 공동 우물가에 놓인 각기 다른 모양의 조롱박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지호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롱박, 단지, 다기세트, 소래기(넓은 그릇), 요강, 씨앗통, 장독대, 호랑이베개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스승인 김혜미자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60호 색지장은 “작품마다 손이 갈라지며 정성을 들였다”며 “단순하지만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지호의 길을 걷는 공예인에게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투박하고 겉 멋 없는 지호공예지만 단아함은 또 한지를 손에 잡게 한다”며 “여전히 부족하고 미숙하지만 격려 바란다”고 말했다.

박갑순 공예가는 현재 (사)한지문화진흥원 이사, 지우 전주전통한지공예연구회 회원, 전주한지문화축제 연구실행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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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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