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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주기 맞아 전주 풍남문 광장에 분향소 설치] "그날을 어떻게 잊나요"

시민들 추모 발길 줄이어
철저한 진상규명 목소리
지킴이들 다시 활동 계획
오늘 오후7시 추모행사

▲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주 풍남문 광장 세월호 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분향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지난 12일 전주 풍남문 광장 세월호 남문농성장이 있던 그 자리에 천막이 다시 세워졌다. 지난해 12월 1199일 동안 자리를 지켰던 세월호 천막이 자진 철거된 지 4개월여 만이다. 이름은 세월호 농성장에서 ‘분향소’로 바뀌었다. 인근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과 시민들 중 분향소를 보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는 분향소 앞에 잠시 머물다 지나가거나 안에 들어가 분향을 했다.

초등학교 1, 2학년 남짓한 남자아이 손을 붙잡고 분향소 안으로 들어간 한 부모는 아이에게 세월호를 설명하다 아무 말 없이 희생자들의 사진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학생들은 ‘리본 나눔’이라 적힌 탁자 위 노란 리본을 챙겼다. 분향소 안 탁자 위에 있는 펜을 조용히 집어 들어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 명부에 이름을 적는 시민들도 있었다. 분향소는 무겁고, 적막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5일의 분향소는 2014년 4월 16일 온 국민이 생생히 목격했던 그날의 슬픔과 아픔을 그렇게 간직하고 있었다.

“그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출근해 컴퓨터 전원을 켜고, 동료와 커피 한잔했습니다. 텔레비전 속에는 침몰해가는 배 한 척이 생중계되고 있었습니다. 세월호. 그날을 잊을 수 없어요.”

지난 15일 풍남문 광장 세월호 분향소에서 만난 50대 남성 A씨는 “세월호의 기억을 이겨내는 데 얼마나 걸릴지 감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학교 국어교사라고 소개한 그는 “대학 시절 시커멓게 불에 그을린 광주 MBC 건물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날이 바로 5·18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30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 트라우마가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했는데 지난 2014년 그러한 광경을 다시 목격했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또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울해했다. 그렇게 세월호가 남긴 상처는 4년이 지난 지금도 시민들에게 여전히 남아있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쓰인 ‘노란 리본’도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전주 시내버스 창문에 붙은 노란 리본 스티커는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시민들의 차 유리창이나 가방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대학생 김모 씨(22)도 가방 한 귀퉁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3년 동안 노란 리본을 달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과 같은 나이라 처음부터 남 일 같지 않았다”며 “친구가 됐을지도 모를 그 아이들이 어떻게, 왜 이런 참혹한 일을 겪었는지 규명될 때까지 리본을 떼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지난 1199일 동안 세월호 천막을 지켰던 ‘남문지킴이’들의 소회도 남다르다. 지킴이들은 많은 사회변화를 이뤄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에 대한 추모와 세월호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에 목소리를 높인다.

이날 오전 세월호 분향소를 지키던 이병무 씨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침몰 원인과 관련한 외부 충격설에 대해 정식 조사하기로 했다”며 “그동안 박근혜 정권에서 했던 모든 것들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주병 지킴이는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들의 의식이 크게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 많은 사회 변화를 이뤄내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여전히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지킴이들이 다시 모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천막 철거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만나 서명운동을 함께 벌이고, 노란 리본 만들기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세월호 4주기를 맞아 진상규명과 관련한 활동을 다시 전개할 계획도 갖고 있다.

4주기 당일인 16일 오후 7시부터는 세월호 참사 4주기 전북조직위원회 주관으로 풍남문 광장에서 추모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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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 1000k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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