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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87) 5장 대백제(大百濟) ③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고구려 남부(南部)를 통과한 김춘추가 신라 신주(新州)로 들어섰을 때는 도망친 지 나흘째가 되는 날 저녁 무렵이다. 그동안 군관 둘이 죽고 부사(副使) 김성준도 화살에 어깨를 맞아 부상을 입었으니 구사일생을 한 셈이다. 국경에서 고구려군이 쏜 화살에 맞은 것이다. 당항성에 들어섰을 때는 해시(오후 10시) 무렵이었는데 김유신이 기다리고 있다가 맞았다.

 

“대감, 천지신명이 도우셨습니다.”

 

김춘추의 몰골을 본 김유신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대감의 이 우국충정을 누가 알겠습니까? 꼭 보답을 받으실 것이오.”

 

당항성주와 장수들의 인사를 건성으로 받은 김춘추가 옷만 갈아입고 청에 나와 김유신과 마주앉았다. 청에는 김춘추, 김유신, 김인문까지 셋이 모였다. 김춘추가 입을 열었다.

 

“실패했소. 연개소문은 이미 백제와 단단히 결속되어 있소. 그래서 날 죽일 눈치가 보이길래 여섯만 빠져나왔구려.”

 

김춘추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연개소문의 집에 20명을 남겨두고 왔으니 모두 죽임을 당했을 거요.”

 

“소장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김유신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김춘추를 보았다.

 

“떠나신 지 얼마 안 되어서 백제 왕궁에 박아놓았던 세작의 밀서를 받았습니다.”

 

“……”

 

“의자가 연개소문한테 사신을 보냈는데 그 정사(正使)가 계백이라는 것입니다.”

 

김춘추의 시선을 받은 김유신이 길게 숨을 뱉었다.

 

“의자는 대야성 함락의 공신인 계백을 보내어서 전공(戰功) 자랑도 시켰을 것입니다. 연개소문에게 가셨을 때 그놈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나는 지금 처음 알았소.”

 

김춘추가 말했을 때 김인문이 나섰다.

 

“우리한테 숨기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겠지.”

 

머리를 끄덕인 김춘추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나 같아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가 연개소문을 만날 때 백제 사신들도 고구려 관리들 사이에 끼어 있었을 수도 있겠다.”

 

“계백까지 가 있는 상태에서 대감께 호의적일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계백 인상착의가 어떻소?”

 

불쑥 김춘추가 묻자 김유신이 대답했다.

 

“6척 장신에 호남이라고 합니다. 눈썹이 짙고 코가 두꺼우며 수염이 짙다고 합니다.”

 

“눈은?”

 

“눈꼬리가 조금 솟았고 안광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그놈이군.”

 

쓴웃음을 지은 김춘추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연개소문이 나에게 확인차 보낸 고구려 관리가 그놈 같군.”

 

“아버님, 대부사자 연백이라는 놈 말씀입니까?”

 

“그렇다.”

 

김춘추가 팔걸이에 몸을 의지하더니 말을 이었다.

 

“연백이란 연개소문의 성(性)에다 계백의 이름 ‘백’을 붙인 것이었구나.”

 

“그놈이 매부와 누이를 죽인 원수였습니다. 그놈이 눈앞에 있었군요.”

 

김인문의 눈빛이 강해졌다. 그때 김유신이 길게 숨을 뱉고 나서 말했다.

 

“대감께선 천운을 받으셨으니 반드시 그 한(恨)을 푸실 기회가 올 것입니다. 쉬시지요.”

 

김유신의 위로를 받은 김춘추가 웃었다.

 

“그렇소. 국운은 천운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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