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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01) 5장 대백제(大百濟) 17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밀서를 읽고 난 성충이 앞에 앉은 하도리를 보았다. 사비도성의 남부 전항에 위치한 성충의 저택 안이다. 오후 술시(8시) 무렵, 하도리는 한산성에서 말을 달려 한나절만에 이곳에 도착했다. 갑옷은 먼지로 뒤덮였고 얼굴은 땀과 먼지가 뒤범벅이 되어있다. 성충의 손에 쥔 밀서는 바로 문독 양하가 왕비에게 전하려던 국창의 밀서다.

 

“큰일이다.”

 

성충이 한숨과 함께 말을 잇는다.

 

“한솔은 이 밀서만 전하라고 하더냐?”

 

“예, 대감.”

 

하도리가 똑바로 성충을 보았다.

 

“대감께서 알아서 판단하실 것이라고만 하셨습니다.”

 

“그래. 이 밀서를 가져가던 놈, 문독 양하는 죽였느냐?”

 

“예, 죽여서 묻고 말을 소인이 끌고 오다가 빈 말로 버렸습니다.”

 

“잘했다.”

 

“그럼 소인은 돌아갑니다.”

 

하도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하자 놀란 성충이 말렸다.

 

“이 시간에 돌아가? 3백리 길을 달려왔지 않느냐?”

 

“말이나 바꿔줍시오.”

 

“그러지. 그럼 내가 한솔에게 답장을 쓸 동안 좀 먹고 쉬도록 해라.”

 

성충도 서둘러 일어섰다.

 

하도리가 돌아왔을 때는 다음날 오후 신시(4시) 무렵이었으니 만 하루 만에 600여리를 주파한 강행군이다.

 

“나리, 대감의 답신을 가져왔소.”

 

성안의 밀실에서 만난 하도리가 품에서 밀서를 꺼내 내밀었다. 목소리는 씩씩했지만 몸이 늘어져서 눈꺼풀이 감기는 중이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장하다. 문독.”

 

하도리를 칭찬한 계백이 성충의 밀서를 펴 읽는다.

 

“한솔 보게. 역적의 밀서를 읽고 통분한 심정을 가누기 힘드네. 그러나 대사(大事)를 경솔히 처리할 수는 없는 법, 국충과 내 휘하의 병관부 달솔 진재덕, 그리고 왕비까지 연루된 사건인 바 신중하게 처리해야 될 것이네. 그래서 먼저 한솔이 국충과 그 일당을 제거해주기 바라네. 방법은 한솔에게 맡기겠네. 내가 다시 연락을 할 것이나 매사 신중하게 처리해주게.”

 

이것이 성충의 답신이다. 머리를 든 계백이 하도리에게 말했다.

 

“너는 쉬어라. 큰일을 했다.”

 

계백의 표정은 어둡다. 그날 밤 계백의 처소에는 나솔 화청과 육기천, 수군항에서 불러내온 윤진과 백용문까지 심복 무장들이 다 모였다. 계백이 먼저 자신이 왕비에게 가는 밀사 양화를 죽인 것부터 말하고 성충의 밀서를 꺼내 모두 읽도록 했다. 그동안 방안은 무거운 정적이 덮여졌다. 이윽고 모두 읽기를 마쳤을 때 계백이 입을 열었다.

 

“국창을 없애는 수밖에 없어요. 지금 국창은 왕비한테 밀사로 보낸 양하가 올 때가 되었는데, 하고 기다리는 중일거요.”

 

“그렇습니다.”

 

나솔 윤진이 머리를 끄덕였다.

 

“양하가 돌아오지 않으면 의심을 하게 될 것입니다.”

 

“내일 오전에 국창이 전함을 타고 홍도에 순찰을 갑니다.”

 

장덕 백용문이 말했다.

 

“그 전함에는 국창의 심복 무장들이 다 타고 따르지요. 홍도 수군기지에서 조련을 핑계삼아 놀다가 오는 것이지요.”

 

홍도는 서쪽으로 40리 떨어진 섬으로 수군 초소가 있다. 풍광이 좋고 가까워서 놀기가 좋은 섬이다. 계백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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